피해 사실 받아들이지 못해
대부분 신고 않고 요지부동
와해 안 될 땐 재발 우려 커

농아인을 대상으로 수백억 대 투자사기 행각을 벌인 이른바 '행복팀'이 경찰에 적발됐지만, 정작 피해자인 행복팀 소속 회원 대부분은 피해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있다. 이대로 '행복팀'이 와해하지 않으면 자칫 제2, 제3 행복팀이 나오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9일 창원중부경찰서 3층 회의실에서 행복팀 관련 브리핑이 있은 직후 언론마다 '대서특필'이 이어졌다. 약 7년 동안 피해액 280억 원, 피해자만 500명이 넘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피의자와 피해자 모두 농아인이라는 점에서 뉴스 밸류(가치)를 크게 봤다. 하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언론 보도와 함께 경찰이 '행복팀' 회원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행복팀 회원들은 사실상 '요지부동'인 상태다.

13일 현재 창원중부경찰서에는 행복팀이 적발된 사실이 알려진 이후 피해자 2~3명과 회원 피해자 가족 4~5팀 정도만 와서 상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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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팀 간부급 계보도. / 창원중부경찰서

경찰이 현재까지 확인한 행복팀 소속 회원은 342명에 이른다. 이들은 가족들이 찾아와서 언론에 나온 보도를 보여줘도 "경찰이 기자들하고 짜고 '거짓 기사'를 쓰고 있다"거나 "구속된 대표들이 곧 나온다더라. 나오면 투자한 돈 두 배, 세 배 더 준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들 가슴도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김대규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은 지난 9일 브리핑에 앞서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얼마나 깊이 세뇌되었는지, (행복팀 회원) 피해자들이 ㄱ 씨 등 총책이 검거된 후에도 피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사이비 종교집단'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행복팀은 '세뇌 활동'을 뒷받침하듯 사진과 동영상 등을 공유하며 총책 ㄱ 씨를 신성화했고, 다달이 2~3회 지역 또는 전체 조직원들을 펜션과 식당 등에 모아놓고 체육대회, 단합대회, 신입회원 투자설명회 등 정기적으로 모임을 진행하면서 조직 단합과 결속을 다졌다. 또 내부 정보가 유출되면 의심 가는 조직원 집이나 회사로 팀장 4~5명을 보내 휴대전화를 검사하기도 했다. 조직원이 아닌 사람과 접촉을 막고자, 농아인협회, 교회, 개인 모임 등에 나가지 못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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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가 갚아야될 대출이자 메모. / 창원중부경찰서

김 과장은 "이번 사건으로 구속된 8명 가운데, 총책인 ㄱ 씨와 ㄹ 씨를 연결하던 ㄴ 씨 1명 외에는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며 "사실상 지역 대표, 팀장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 행복팀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없애지 못하면 언제든지 제2, 제3 행복팀이 재건될 수 있고, 또 다른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과장 우려가 빈말이 아닌 것은 구속된 총책인 ㄱ 씨가 ㄴ(46) 씨, ㄷ(48) 씨와 짜고 2010년부터 '행복의 빛'이란 조직을 구성했고, 2012년 ㄷ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자, ㄹ(42) 씨를 끌어들여 '행복팀'이라는 새 조직을 만들어 투자사기 활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김 과장은 "300명이 넘는 사람이 지금은 피해 사실을 인지 못하고 있지만, 재판 등 절차를 밟고 난 이후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피해자들이 자기 재산을 모두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뒤늦게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다. 사회적으로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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