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기자가 만난 농협 CEO] (13) 창녕농협 성이경 조합장

한농연창녕군연합회장, 창녕군의회 제3·4·5대 의원, 제5대 창녕군의회 의장….

창녕농협 성이경(59) 조합장은 농업경영인으로, 농민단체장으로, 3선 군의원으로, 군의회 의장으로 창녕군 내에서는 이름이 자자하다. 유어면에서 농부 아들로 태어나 평생 흙을 일구며 살았다. 유어면농협(현재 창녕농협과 통합) 조합장을 지낸 아버지 덕에 일찍이 농업 경영에 눈을 떴는지도 모르겠다. 2015년 3월 전국 동시조합장 선거를 통해 창녕농협 제13대 조합장에 취임했다. 공약으로 4가지를 약속했다. 눈에 띄는 것이 '운영 공개'다. 투명한 운영은 조합원 신뢰로 이어졌고 신뢰는 적극적인 참여 바탕이 됐다. 적자 운영은 2년 만에 흑자로 전환됐다.

창녕농협은 전국 농촌형 농협 중에서도 규모와 사업 물량이 전국에서도 으뜸가는 큰 농협이다. 지난해 말 예수금 3000억 원 목표를 달성했고 경제사업은 1200억 원 규모다.

여러 변화에 성 조합장은 "이제 반걸음 왔을 뿐"이라고 답했다.

창녕농협 성이경 조합장. 성 조합장은 투명한 운영과 조합원 신뢰를 바탕으로 지난해 말 예수금 3000억 원 목표를 달성했다. /김구연 기자 sajin@

◆창녕 대표 작물, 양파 아닌 마늘로 전환 = 창녕에서 양파란 대부분 배 곯던 시절, 그 시절을 딛고 창녕농업 발전에 큰 보탬을 준 작물이다. 양파 첫 재배지인 창녕은 한때 최대 생산지였지만 지금은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도다. 연작으로 특수 성분이 결핍되고 해마다 조금씩 높아지는 기온은 병해충 발생으로 이어졌다. 양파를 심던 농가들은 마늘 비중을 점차 늘렸고 창녕은 현재 마늘(스페인산·대서종) 최대 생산지(재배지 2300ha)가 됐다. 그럼에도 '창녕 = 양파'라는 끈을 놓을 수 없다.

그렇다 보니 기존 창녕읍에 유어면, 대지면, 고암면을 통합한 창녕농협의 주요 사업은 마늘과 양파에 집중돼 있다.

"우리도 다른 농협과 마찬가지로 신용사업으로 경제사업을 지지하는 식으로 운영됩니다. 조합장을 하기 전까지 농협이 경제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는데, 막상 운영을 맡으니 농협을 유지하는 게 신용사업이더라고요. 균형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경제사업 중에서도 마늘·양파 계약 재배에 초점을 맞추고 공판장 마늘 경매, 양파 공선출하회 육성, 깐마늘 가공 판매를 주요사업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성 조합장은 창녕에서 전국 마늘 가격을 주도한다고 설명했다. 마늘 주산지인 데다 마늘 공판장이 창녕에 2개나 있기 때문이다. 창녕농협과 이방농협이다.

"지난해 마늘 수매단가를 1kg에 4200원(1등)ㅇ로 결정했더니 마늘가공협회에서 경매 거부 운운하며 난리가 났습니다. 그때도 큰 흔들림은 없었습니다. 농협 이사회를 통해 가격을 결정했고 지금도 수만 명 농가를 위한 조직으로서 합당한 가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국마늘생산자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어 시세 반영에 더 큰 책임감이 따릅니다. 가격 결정에 대한 조합원 신뢰도 두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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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이경 조합장./김구연 기자

◆군의원 활동 많은 도움돼 = 성 조합장을 만나기 전 무엇보다 '3선 군의원이 농협 조합장이란 옷을 입었을 때 어떤 차별화가 있을까' 하는 것이 가장 궁금했다. 이 물음에 엉뚱한 농을 했다.

"조합장도 3선 이상이 많더라고요. 저도 3선 의원 했으니 4선으로 대접해 달라고 농담을 던지곤 합니다. 혹은 '의장님으로 불러야 합니까, 조합장님으로 불러야 합니까' 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놀려대는데 전 당연히 현직인 조합장으로 불러달라고 하지요. 오히려 저를 불편해하고 어려워할까 조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창녕군 농업 정책에 쓴 소리와 단 소리를 쏟아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군의원 시절, 성 조합장은 농업발전기금 운영을 발의해 시행하고 있다. 소형 농기계 지원 사업에도 많은 공을 쏟았다. 그럼에도, 창녕군 농업정책에 안타까운 부분이 여럿이다. 예를 들면 따오기복원 사업이 농업 고부가가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자 지원하는 사업인데 이를 농업과 전혀 연결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창녕은 농업군으로 군이 일찍이 농업정책에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저는 직접 농사를 짓다 보니 농업 문제에 남다른 관심이 있습니다. 농협은 농가 소득 증대와 실익 사업을 하는 곳인데 자력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음을 곳곳에서 확인합니다. 양쪽을 모두 경험해보니 행정이 지원하고 농협이 사업을 대행하면 무엇이든 해결해 나갈 수 있겠더군요. 농업은 보호산업인데 조금만 지원하고 투자하면 새로운 지역 농업소득사업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새로운 소득사업 개발에 더 공을 들이려 합니다."

◆운영 공개 = 성 조합장은 조합장 출마 과정에서 "저 자신부터 엄격히 솔선수범하겠다"며 운영 공개를 통한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는 조합원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계기가 됐다. 통합 농협은 규모화된 장점도 있지만 작은 지점에서 느끼는 소외감도 있다. 성 조합장은 이를 공개 운영으로 채워나가고 있다고 했다.

"1년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전 지점을 돌며 파워포인트로 자료화해 공개하고 새로운 사업을 설명하고 질문을 받습니다. 농협마다 '조합원이 있으니 당연히 참여하지 않겠나'라는 안일함이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당연한 것은 없습니다. 농협 사업은 조합원 참여가 활발할수록 성과가 큰데 사업 홍보가 너무 부족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운영 공개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용금 배당을 설명하고 환원 구조, 혜택, 가게 위치 등을 알립니다. 당연한 걸 모르는 조합원은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작은 예를 들면 이용금 배당이다. 농협은 하나로마트, 주유소, 비료, 대출, 예금, 보험 등 모든 부문에 이용금 배당 비율을 설정한다. 농협마다 차이가 있지만 마트에서 10만 원 이상 구매하면 이용금 배당이 1점이다. 농사 규모에 따라 비료, 농약, 비닐 등 쓴 만큼 이용금 배당은 쌓이고 연말 수익을 따져 배당금을 정한다. 지난해 1점에 1570원이 책정됐다. 1000만 원을 받아간 조합원이 생기자 사업이 활기를 띠었다. 성 조합장은 운영 공개가 이러한 성과의 바탕이 됐다고 본다.

"농협은 공동체입니다. 농협 운영 주유소는 농민 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운영하다 보니 매입단가에 인건비만 조금 보태 가격을 매깁니다. 상업 주유소 항의 전화도 많이 받습니다. 그럴 때마다 전 '우리는 주인이 4000명이다. 내 마음대로 가격을 결정할 수도 없고 이는 곧 창녕 경제의 밑거름이 된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제게도 채찍과도 같은 말입니다. 남은 임기 2년도 초심을 잃지 않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이혜영 기자 lhy@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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