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취업 중인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는 개선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는 문제다. 최근 통영의 한 이주노동자는 사업주에게 폭행을 당해 경찰과 고용센터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한 달 가까이 두 기관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오도가도 못하게 된 피해자는 사업주에게 재차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정부 기관의 조력은커녕 되레 상처를 덧입은 피해자는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이 사건은 사업주의 인권 의식 부족과 정부 기관의 안일한 듯한 일처리 방식이 낳은 문제이긴 하다. 그러나 비전문 업종 취업 외국인들이 적용받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률'(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과 그것이 표상하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사회적 지위에 근본 원인이 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사업주 동의 없는 이주노동자의 자발적인 이직을 금지하고 있다. 다만 임금체불이나 인권 침해 등 고용 관계 지속이 명백히 힘들 경우 고용노동부 고용센터가 직권으로 이주노동자의 이직을 돕도록 하고 있다. 고용허가제의 이주노동자 자발적 이직 금지는 이주민 관련 법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히며 이주민 지원단체는 물론이고 국제노동기구 등에서도 여러 차례 정부에 폐기를 권고해 왔다. 2013년 '법무부 체류 외국인 실태' 조사에서 이직 희망 외국인 취업자들은 25.7%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직 과정에서 겪은 가장 큰 고충으로 사업주가 동의를 해주지 않은 점(26.9%)을 꼽았다. 반면 2014년 '중소기업 실태조사'에서 외국인 고용 제조업의 27.6%는 고용 외국인들의 잦은 사업장 이동을 애로사항으로 들었다.

이처럼 이직을 둘러싸고 사업주와 이주노동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사업주의 이익만 도모하는 법률이라면 사회갈등이나 인권침해가 필연적으로 야기될 수밖에 없다. 고용허가제는 사업주의 외국인 고용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법률이니만큼 철저하게 고용 기업의 이익에 기울어져 있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의 안정적인 고용을 위해서라도 이주노동자에게 시민적 권리인 직장 이동의 자유만큼은 보장해야 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