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학자 '도리이 류조' 1911~1923년 유물 조사
회현리패총 등 사진으로 박물관 기록 묶어 배포

한반도 석기 시대를 입증한 일본인이 수집한 자료가 공개됐다.

국립김해박물관이 일제강점기 자료 공개사업의 일환으로 도리이 류조(鳥居龍藏·1870~1953)가 한반도 전역의 석기시대 유적을 조사하면서 촬영한 유리건판사진을 정리한 책을 냈다.

<석기시대(石器時代) 도리이 류조(鳥居龍藏) 조사(調査) 유리건판(琉璃乾板)> 자료집이다. 유리건판은 1800년대 말∼1900년대 초 플라스틱 필름이 사용되기 이전 사진기록을 위해 사용된 것으로, 흑백사진 필름의 원형이다.

도리이 류조는 1911년~1923년 모두 9회에 걸쳐 한반도에 분포한 석기시대(石器時代·구석기시대부터 청동기시대까지를 통칭하는 시대 개념) 유적을 조사한 인물이다. 당시 일본인 조사자들이 경주, 부여 등의 화려한 유물을 조사할 때 주목하지 않는 유물을 조사했다.

▲ 김해 회현리패총 전경(1918년 촬영).

그가 한반도 석기시대 유적을 조사할 당시에는 한국은 석기시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학계의 정설이었다. 하지만 도리이 류조는 만주 지역에서의 조사 경험과 한국에서 돌도끼가 발견된 점에 비춰 한국에도 석기시대가 존재한다고 확신하고, 이를 입증하고자 했다. 제주도에서 함경북도까지 한반도 전역을 다니면서 석기시대 흔적을 찾았다. 김해 회현리패총은 도리이 류조가 석기시대 층위를 확인한 대표적 유적이다.

도리이 류조는 한반도 전역을 조사하면서 총 3800여 장에 이르는 많은 양의 유리건판사진을 촬영했다.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유리건판사진 3662장이 보관돼 있다.

이번에 발간한 자료집에는 석기시대 유적, 채집품 등을 촬영한 387장을 포함해 430여 장의 유리건판사진이 공개됐다.

▲ 김해 회현리패총 하층의 석곽 노출 모습(1918년 촬영).

국립김해박물관 측은 "도리이 류조는 자신이 조사한 유적에 대한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유리건판사진의 자료적 가치는 매우 크다. 그가 작성한 문서와 회고록 등에 수록된 유적 조사와 관련한 기록을 대조, 검토했다. 이번 자료집은 도리이 류조가 한반도에서 조사한 석기시대 유적과 채집품을 최초로 종합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한반도 선사시대에 대한 도리이 류조의 인식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한반도 선사고고학사를 연구하는 데 소중한 기초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이번 자료집을 500부 발간해 전국 국공립 기관, 공공도서관 등에 배포했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자료집 원문을 PDF 파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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