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조류 인플루엔자)로 홍역을 앓은 데 이어 또다시 구제역 발생으로 축산농가들이 긴장하고 있다. 주로 발톱이 있는 소·돼지 등에 감염되는 구제역은 불과 몇 년 전에도 전국을 휩쓸어 축산업을 초토화시킨 바 있다. 이번에도 관계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외국산 백신을 사용해 효과를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구제역은 젖소와 한우에서 발생했다. 당국이 돼지 위주로 구제역 방역을 했고, 소는 농가에 일임한 것이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몇 년 전의 매몰 등 구제역 여파로 시장가격 불안 등 후유증이 남아 있는 터에 방역 당국이 안일한 대응을 했다면 축산농가로서는 믿을 곳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은 밀집 사육 등 현실을 고려할 때 언제든지 발생할 수있다. 따라서 예찰활동을 강화하는 등 사전 대처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매뉴얼은 비교적 잘 만들어져 있으나 이를 관리할 인원과 장비·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의 구제역 대책이 예찰이 아니라 사후약방문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백신 주사를 놓지 않으려는 농가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있지만 근본적 책임은 축산당국에 있다. 집단화·대량화에 맞추어진 축산정책이 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고, 이 탓에 면역력이 떨어진 가축에게는 언제든지 전염병이 발생할 수 있다. 구제역 예방을 위해 사용하는 외국산 백신에 대한 맹신도 문제다. '물백신' 논란은 효과가 의심스럽기 때문에 생겼다. 국내 환경에 맞는 구제역 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국내 수요를 감당할만한 연구소와 공장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이 있다.

공장식 축산형태를 탈피하고 축산 예산의 효율적 이용을 비롯해 근본적인 문제해결 노력이 있어야 한다. 매몰에 드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당장에라도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AI 창궐로 말미암은 달걀 대란에서 보듯 최종 피해자는 언제나 소비자인 국민 전체일 수밖에 없다. 언제까지 삼류국가의 전형적 대처 형태에 머물러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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