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피해액 280억 원, 피해자 500여 명
피의자 모두 농아인으로 밝혀져

사회적 약자인 농아인을 상대로 대규모 투자사기를 벌인 범죄단체가 경찰에 적발됐다. 6년 동안만 피해액 280억 원, 피해자가 500명이 넘는다. 피의자도 농아인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농아인들이었다. 특히 농아인협회 지부장도 연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더 하고 있다. 경찰은 투자사기 건으로는 최초로 조직원 36명을 '범죄단체조직죄·가입·활동죄'로 형사입건하고 총책 등 ㄱ 씨(44) 등 8명을 구속하고 28명을 불구속했다.

창원중부경찰서 김대규 수사과장은 9일 오전 11시 경찰서 3층 회의실에서 '농아인 상대 투자사기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 행복팀 간부급 계보도. / 창원중부경찰서

총책 ㄱ 씨는 ㄴ(46) 씨, ㄷ(48) 씨와 짜고 2010년부터 '행복의 빛'이란 조직을 구성했다. 이 조직을 통해 농아인을 상대로 투자사업을 한다고 속여 투자금을 가로채왔다. 2012년 ㄷ 씨가 사기 혐의로 구속되자, ㄹ(42) 씨를 끌어들여 '행복팀'이라는 새 조직을 만들어 2012년부터 본격적인 투자사기 활동을 벌였다. ㄱ 씨가 '제일높은 분' 총책을 맡았고, ㄴ 씨를 통해 조직운영 관련해 모든 지시를 총괄대표인 ㄹ 씨에게 내렸다. ㄹ 씨는 다시 대전팀, 경기팀, 경남팀, 서울팀 등 4개 구역으로 나누고 총책, 총괄대표, 지역대표, 팀장으로 조직을 세분화했고, 26명 조직원이 다시 지역 대표 지시를 받아 회원들을 관리하고 투자자를 물색했다.

행복팀은 2010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피해자들에게 "행복팀에 투자하면 3개월 내에 투자금 3~5배를 주겠다, 아파트·수입차·연금도 주겠다"고 속여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챙겼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금융 관련 지식이 부족하고 형편이 어려운 농아인들이었다. 농아인 가운데 말을 할 수 있는 장애인으로 '의사소통팀'을 만들어 투자금이 없는 사람을 제2금융권으로 직접 데리고 다니기도 했다. 집, 자동차, 휴대전화, 보험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투자금으로 넣도록 했다. 은행 거래 내역을 남기지 않고자 박스나 쇼핑백에 5만 원권 현금을 담아 일정한 장소에서 넘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피해자는 적게는 100여만 원에서 많게는 7억 원 넘게 돈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매달 높은 대출이자를 내느라 생활고에 시달렸다.

▲ 피해자가 갚아야될 대출이자 메모. / 창원중부경찰서

한 지역 농아인협회 지부장도 연루됐다. ㅁ 지부장은 총책 ㄱ 씨로부터 돈을 받고 범행에 사용된 차량 3대를 자신 명의로 구해줬다. 또 행복팀 조직원들이 경찰 추적을 받자 자신 명의 휴대전화 3대와 고급차량 2대를 제공하고, 오피스텔을 빌려 이들을 숨겨주기도 했다. ㅁ 지부장은 범죄자은닉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농아인인 점에 착안해 경찰서와 한국청각장애인협회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행복팀' 검거사실과 피해신고를 당부하는 수화동영상을 게재하고 각 지역 농아인협회와 수화 통역사 협조를 받아 서울 등 8개 지역에서 신고를 받아 초기에 범죄 사실을 밝힐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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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규 창원중부경찰서 수사과장이 9일 오전 11시 창원중부경찰서 3층 회의실에서 농아인을 상대로 투자사기를 벌인 조직에 대한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피해금액 280억,피해자가 500여 명에 달한다. /김구연 기자

또 행복팀 조직원 검거 때 압수한 현금 7억 원과 외제 차량에 대해 범죄수익으로 확인하고 기소 전 몰수 보전 신청을 했다. 이 밖에도 피해자들을 대한법률구조공단 등에 안내해 환급 관련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과장은 "최근 경기침체와 저금리 기조 장기로 말미암아 서민 등 사회 취약계층을 상대로 각종 투자사기 범죄가 성행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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