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은 End일까? 아니면 And일까?

졸업에 대한 노래는 윤종신의 '오래전 그날'에는 "교복을 벗고 처음으로 만났던 너 그때가 너도 가끔 생각나니"같은 감성 코드다. 015B 노래에도 "아쉬움을 남긴 채 돌아서지만 시간은 우리를 다시 만나게 해 주겠지 우리 그때까지 아쉽지만 기다려봐요"('이젠 안녕')라고 추억하거나 낭만 속이다.

그러나 젊은 그룹 '브로콜리 너마저'의 '졸업'이란 요즘 노래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실과 절망으로 가득 차 있다. "그 어떤 신비로운 가능성도 희망도 찾지 못해 방황하던 청년들은 쫓기듯 어학연수를 떠나고 꿈에서 아직 덜 깬 아이들은 내일이면 모든 게 끝날 듯 짝짓기에 몰두했지"같은 투로 비관적이다.

생각해보니 우리 시대 졸업은 뭉클했었다.

"오 사랑하는 친구 즐거웠던 날들/ 꽃피고 지는 학원 꿈같이 지냈네/ 세월은 흘러가고 작별의 날이 왔네." 이런 노래를 불렀다.

"우리들의 우정을 깊이 간직하자 / 행운을 빌며 안녕 친구여 안녕"이었다.

지나간 시간을 마무리하는 순간이자 새로운 시작을 향하는 순간.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하는 이 특별한 순간이 기억나는 건 지금이 졸업시즌이기만은 아니다. 갑자기 초등학교 동기에게 온 전화 탓이기도 하고, 갑자기 날아온 고등학교 동기의 부고 탓이기도 하다. 어찌된 일인지 고등학교까지의 졸업식을 기념하는 사진조차 없다보니 도대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인생의 마디를 만드는 이 귀한 시간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지도 않았을까? 아무리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이렇듯 졸업은 희미해져 버렸다.

아마도 졸업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별과 출발의 의미가 담겨 있는 모양이다. 제주도를 그린 수묵화 작품전을 열기도 한 진추하의 'Graduation Tears'에도 "이제 교과서들과 나를 가르쳐준 사람들과 이별할 순간. 그들은 나에게 기쁨과 행복의 길을 가르쳐 주었어요"라고 아쉬움과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

한 과정을 마치고 새로운 과정으로 발전하는 마디 같은 시간. 어쩌면 매듭이어서 한 매듭을 풀고 가거나 한 매듭을 묶고 가는 것이다. 어떤 이는 대나무의 마디처럼 인생의 한 마디를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졸업을 통해서 한 마디 한 마디 성장한다는 것, 유년기, 소년기, 청소년기를 그렇게 매듭을 짓고 왔거나 그렇게 매듭을 풀어가면서 온 것이다.

그래서 부디 헤어지는 순간을 기록하고, 간직하길 바라본다. 그래서 부디 축하와 감사함을 갖는 졸업식 문화. 학생과 선생님, 부모님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었음 좋겠다.

벼랑 끝 같은 시대에도 우리에게 봄날이 오듯이 아마도 졸업은 End가 아니라 And이기 때문이다. /황무현(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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