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창원지역 청년층을 주요 고객으로 하는 대학가나 번화가의 가게들이 앞다퉈 가격인하 경쟁을 펼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사회적 현상은 경기침체와 청년실업이 겹쳐진 결과로 단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저가의 생필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청년층의 소비는 경제전체의 순환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서 사회문화적으론 계급문화가 고착화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소득 대비 소비의 여유가 부족하다 보니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가성비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등장했다. 그동안 소비에 끼어 있던 거품을 빼고 상품 이용의 자족적 만족도를 의미하는 가성비가 소비의 척도로 등장한 셈이다. 하지만 한끼를 때우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표현에는 고단한 하루살이 인생의 피곤과 좌절도 묻어 나온다. 다시 말해 가성비라는 말은 대충 사용하다가 버리면 그만인 물건에서만 원래 써야 한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어느새 자신들도 모르게 마치 기계의 부속품처럼 되어버린 자신들의 인생은 이미 만들어진 '레디 메이드(Ready-Made)' 인생이 아니냐는 자조적인 표현에 익숙하다. 시중에 유행하는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 시장에서 실제로 증명되고 있는 셈이다. 소득의 부족은 상품의 가격인하를 가져오지만, 궁극적으론 상품의 질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순환구조를 청년층 역시 잘 알고 있지만 자신들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을 뿐이다. 건강이나 웰빙으로 표현되는 좀 더 나은 삶에 대한 기대마저 접어야 하는 청년세대들은 아주 간결한 경제용어인 가성비라는 말로 자족감을 충족하고 있다.

청년층에게서 불황의 그늘이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은 물론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청년층의 고충이나 애로를 들어주는 정치는 말만 요란했지 실속은 전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알바 시급을 현실화하라는 노동계 요구는 재계의 경영난이라는 주장을 넘어서지 못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선 앞다투어 청년실업 해결과 최저임금을 최저생활이 가능하도록 인상한다는 약속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 이후 청년층의 삶이 급격하게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곤란하다. 오히려 서울시나 성남시에서 시행하는 청년배당과 같은 제도적 접근을 창원시가 먼저 시도하는 게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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