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지역 군으로선 문화토양 풍부
인구정책 연계 돌파구로 힘 실려야

거창군은 27년을 이어 온 국제연극제를 비롯한 아림예술제·거창예총제에 이르기까지 농촌지역 군으로서는 비교적 문화적 토양이 풍부한 지역으로 꼽힌다. 지난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지역문화지표 개발 및 시범적용 연구'에 따르면 거창은 문화지수가 0.115로 전국 85개 군 지역 중 4위를 차지할 정도로 문화향유 욕구가 높은 곳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화예술이 창의성과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임에도 군의 문화예술 정책은 행정 공무원이 주도하고 있고, 잦은 인사에 따른 전문성과 연속성 부족으로 군민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설상가상으로 군 대표축제이자 문화적 브랜드가 되어 온 거창국제연극제가 관련단체의 내분과 불투명한 보조금 집행 문제 등으로 논란에 휩싸이면서 발전 동력을 잃는 등 적신호가 켜졌다. 거창한마당대축제는 축제 다이어트로 군소 행사들을 통합한 반작용으로 특색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4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양동인 군수는 한동안 삐걱거리던 국제연극제 지원을 중단하고, 문화재단 설립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한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문화예술 분야에 민간 전문가를 채용해 각 8억여 원 예산이 들어가는 국제연극제와 한마당대축제를 주관하고, 기존 문화센터 운영도 맡기면서 공연과 축제의 질적 도약을 꾀하겠다는 포석이다.

거창문화재단 운영으로 먼저 행정 회계시스템을 도입해 그동안 논란이 된 예산집행 투명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민간 주도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화하고 전국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역문화예술 정책의 일관성과 방향성을 재설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지역문화예술 진흥과 소외 없는 문화복지를 실현해 궁극적으로 거창군민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문화관광 인구 유입에도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양 군수는 이러한 목표를 설정해 지난 2016년 11월에 '거창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하는 등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데 이어 거창문화재단 창립 발기인 총회를 거쳐 지난달 재단법인 설립 등기를 마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화정책은 인구정책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문화적 결핍에 대한 갈증이 인구 유출을 재촉하기도 하고 갈증이 해소되면 기업이 자발적으로 들어오고 사람도 따라온다. 사실, 거창군은 교육과 문화 수준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면서 군 단위로서는 적지 않은 6만 3000명대 인구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따라서 거창문화재단 출범은 그동안 지적돼 온 축제 문제점을 보완하고 명품축제로 키우기 위한 일차적 의미 외에도 공격적인 인구 정책과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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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단위에서 무슨 문화재단을 만드느냐?"라는 일각의 비아냥에도 "인구 지키기에 발버둥을 치는 군 단위에서 오히려 더 적극적인 문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양 군수의 고민과 역발상은 그래서 전략적 돌파구로서 힘이 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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