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박 대통령·김기춘·조윤선 피고로
소장 초안 공개, 예술인들 공유 활발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경남지역 예술인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대상으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정부를 비롯해 박 대통령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겨냥한 소송이 가시화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장 초안이 공유되면서 소송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성춘석 사단법인 민족미술인협회 경남지회장은 김 전 실장을 피고로 블랙리스트 관련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성 지회장은 지난해 10월 11일 <한국일보> 보도를 통해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SNS에 공유된 기사를 읽고 리스트를 확인했더니 내 이름이 있었다"며 "박원순 서울시장 지방선거 후보 시절 지지 서명 활동을 한 것이 원인인 듯하다"고 말했다.

성 지회장에 따르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지역 예술인은 성 지회장을 포함한 민미협 경남지회 소속 5명과 거창민예총 소속 170명 등이다.

우선 민미협 경남지회 소속 5명은 이번 주 내에 논의를 거쳐 공동 소송을 할 것인지, 개인 소송을 할 것인지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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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윗선으로 지목되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연합뉴스

성 지회장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행위는) 정당한 권리임에도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예술인에게 불이익을 주려고 한 행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인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경남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블랙리스트 관련 인물을 상대로 한 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국가와 개인을 상대로 법적 책임을 묻고자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소송 원고로는 문화예술계 인사 470여 명이 이름을 올린다. 피고는 정부와 박 대통령, 김 전 실장, 조 전 수석 등이다. 손해배상 청구액은 우선 원고 1인당 100만 원으로 정했다.

SNS에 문화예술인이 쉽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소장 초안이 공유되고 있다. 최성식 변호사는 지난 2일 자신의 SNS 계정에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을 피고로 한 소장 초안을 공개했다.

최 변호사는 "김기춘과 조윤선이 구치소에서 수사받느라 여념이 없을 텐데, 이 상황에서 블랙리스트 등재자가 원고, 김기춘·조윤선 개인을 피고로 하는 민사소송 소장을 송달받으면 정신적으로 타격이 클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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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된 소장 초안 중 일부.

이어 "30일 내에 답변서를 안 내면? 자백 간주 패소 판결돼 개인재산에서 3000만 원을 주든지, 아니면 집행을 당하든지. 공직자 재산공개가 돼 있으므로 집행도 어렵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소장 초안을 마음 편하게 이용해달라며 공유했다. 소장 작성 요령과 인지대 등 비용과 관련한 설명도 친절하게 소개했다. 8일 현재 최 변호사 글은 좋아요 2200여 명, 공유 749회를 기록하고 있다.

성 지회장도 해당 소장 초안을 사용해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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