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순 2탄'보여주지 말라는 법 없죠"
최약체 경남개발공사 입단
"팀 승리하도록 열심히 준비"
초등학교 3학년 때 입문국제무대 다양하게 경험

또래보다 덩치가 컸던 10살 소녀가 있었다.

살을 빼려고 핸드볼을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첫발을 내디딘 핸드볼은 소녀에게 운명으로 다가왔고 직업이 됐다.

지난해 11월 열린 여자 실업핸드볼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경남개발공사에 지명된 신인 골키퍼 박새영(23) 이야기다.

필드 플레이어가 아닌 골키퍼가 가장 먼저 호명된 것은 신인 드래프트 도입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박새영도 자신이 1순위로 뽑힐 줄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했다.

대학에 진학해 남들보다 늦게 실업리그를 밟게 된 박새영은 신인 드래프트 현장에서 "조금 늦게 실업 무대에 서게 됐지만 대학 무대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신 있다"며 당당하게 말했다.

'2017 SK핸드볼코리아리그' 개막 전 막바지 전술훈련이 한창이던 지난달 31일 창원 양덕여중 체육관에서 박새영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경기도 의정부 출신인 박새영은 가능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 핸드볼을 접했다.

경남개발공사 핸드볼팀 신인 골키퍼 박새영.

"덩치가 다른 친구들보다 컸어요. 비만이었죠. 가볍게 시작하다가 여기까지 왔네요. 부모님이 운동을 시키려고 하셨는데 마침 핸드볼부에서 선수를 뽑았어요. 담임선생님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유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박새영은 덩치가 크다는 이유로 골키퍼를 하게 됐다. 어느 구기 종목이든 골키퍼는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며 몸을 날려 슛을 때리는 필드 플레이어에 비해 주목받지 못하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박새영은 골키퍼도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저는 골키퍼가 좋아요. 어렸을 때는 덜 뛰어다닌다는 게 좋았어요(웃음). 상대팀 선수가 던진 공에 얼굴을 맞으면 아프기도 하지만 팀이 위기 상황일 때 멋진 선방을 하면 뿌듯해요. 또 필드 플레이어는 많이 뛰는 만큼 부상이 잦아요. 그에 비해 골키퍼는 몸싸움이 적으니까 부상도 적어요. 그만큼 선수 생활도 오래할 수 있거든요."

골키퍼로서 두각을 드러낸 박새영은 2010년 청소년 대표에 선발됐고, 이후 각종 대표팀에 붙박이로 선발돼 국제무대를 다양하게 경험했다.

"국제 대회에 나가서 많은 것을 배웠어요. 한국 선수들과는 다르게 유럽 선수들은 신장도 훨씬 크고 슛 스타일이 전혀 달라요. 우리나라 선수들은 빠르고 기교 있는 슛을 쏘는데, 그들은 키를 이용해 위에서 찍어누르듯이 강력한 슛을 때려요."

박새영이 속한 한국팀은 외국 장신 선수들과 경쟁을 이겨냈다. 2014년 세계여자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것이다. 박새영은 같은 해 인천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도 승선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이듬해인 2015년에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이다.

"친구들과 똘똘 뭉쳐서 우승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경험이에요. 아시안게임 우승도 기뻤지만 후보였기 때문에 그때만큼 인상적이지는 않아요(웃음)."

고등학교 졸업 후 박새영은 한국체대로 진학했다. 대개 고등학교에서 실력을 뽐낸 핸드볼 선수들은 졸업하면 바로 실업무대에 뛰어들기에 박새영의 진학은 흔치 않은 사례다.

"부모님이 대학에 가기를 원하셨어요. 대학에서는 대회가 많지 않아서 실전 경험을 쌓을 기회가 적다는 게 아쉬운 점이지만 그만큼 훈련과 연습경기에 주력했어요. 대학 4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아요."

박새영이 입단한 경남개발공사는 여자 실업핸드볼 8개 팀 가운데 최약체로 꼽힌다. 2015시즌 14전 전패, 2016시즌 1무 20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경남개발공사는 SK슈가글라이더즈에서 영입한 베테랑 원미나(28·레프트백)와 박새영이 꼴찌팀의 반란에 주축이 돼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박새영도 자신의 소임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12월 팀에 합류했어요. 팀 분위기는 정말 좋아요. 다 같이 똘똘 뭉쳐서 리그에서 한 번 이겨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힘들 땐 서로 격려도 해줘요. 지난해 승리한 경기가 없었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승리가 있는 리그로 만들려고 해요."

박새영은 데뷔 시즌 개인적인 목표도 팀의 승리라고 했다.

"신인상에 욕심은 있는데 생각하지 않고 있어요. 일단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내 역할부터 열심히 하고 봐야죠."

지난 3일 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개막했다. 경남개발공사는 개막 2연전에서 강호 대구시청과 지난 시즌 챔피언 서울시청을 상대로 분전했지만 모두 패했다. 2경기에 모두 풀타임 출전한 박새영은 72번의 슈팅 가운데 21개를 막아내 부산시설관리공단 우하림(29개), 서울시청 주희(25개)에 이어 세이브 3위에 올라 있다.

박새영의 롤모델은 인천시청 오영란(45)이다. 오영란은 올림픽 5회 출전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보유한 여자 핸드볼의 살아있는 전설로 2007년 개봉한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실제 모델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오영란을 닮고 싶은 박새영이 2017시즌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