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의령군과 관정 이종환 교육재단이 벌여온 지루한 법정공방이 막을 내렸다. 대법원까지 간 판결에서 의령군이 최종 승소하면서 이미 세워진 전시관과 체험관을 비롯한 건물과 땅을 기부받을 수 있는 명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재단이 땅과 건물 소유자가 아니다 보니 앞으로 다른 분쟁의 여지는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

지역출신 인사 중에서 이른바 출세와 성공을 거뒀다고 평가받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기념관 건립 사업을 하는 농촌지역 지자체가 많다. 지역에서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조그마한 무언가라도 있어야 한다는 지자체의 다급함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의령군이 기획하고 실행한 사업에 대해서 무작정 비판하기는 곤란하다. 물론 의령군이 조금 더 생각하고 따져보아야 했던 것이 아니냐는 정도의 충고는 가능하다. 왜냐면, 한 개인의 업적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전시관이나 기념관 사업에서 그 인물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사업진행의 가능성에 대한 심사숙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들 선조의 이름에 누를 끼치려는 후손은 상식적으로 많지 않다. 하지만 이런 드문 일이 실제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이 사업에서 벌어진 일이 그것이다. 아버지의 이름으로 이뤄진 기부를 아들이 반대하는 기묘한 모양새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사업이 진행된 전후사정을 따지기 이전에 기부행위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순간부터 기부자의 이름에는 값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명예와 권위가 사회적으로 부여된다. 기부자의 이름으로 이런 득과 공을 이미 취한 다음에는 다른 법적인 이유를 들어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시장에서도 일어나기 어려운 범죄행위와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당사자는 공식적으로 발언도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기부자의 도덕과 윤리가 무엇이냐고 따져볼 필요가 있다.

관정재단의 건물들을 의령군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통해 합법적으로 취득한다고 해서 이 사건이 끝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향후 원소유자가 거부할 경우 또 다른 분쟁도 일어날 여지도 있다. 의령군은 이번 기회에 사회적 명예로부터 벗어난 인물의 이름이 붙은 기념관이 아니라 차라리 용도를 전환해서 사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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