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진 합리적 선택에 행복한가
주체적 '나'찾는 용기와 삶 필요

새해에도 토기장이의 집에서는 인문학당이 계속된다. 1월에는 '다시 교육을 생각하며'라는 주제로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서울 하자센터의 서영교 선생과 함께 요즘 아이들 삶의 자리가 IMF 외환위기 이후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중심으로 토론했다.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되어 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급변하는 현실에 적응하느라 힘든 시기를 보낸 부모들은 아이들을 돌볼 여유가 없었고 아이들도 살아남아야 했기에 나름의 적응과정을 선택한 것이다. 진화의 과정은 적자생존과 자연도태의 과정이다. 도태에는 자연적 환경에 따른 자연도태와 인위적 요인에 따른 인위도태가 있다.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도태가 일어나고 있는가? 이 과정을 통해 환경에 잘 적응하게 되었는가 아니면 잃지 말아야 할 중요한 것들을 상실한 것은 없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사실 오늘을 사는 청소년들과 청년들은 이 사회와 국가로부터 진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열심히 노력하면 뭔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거짓말이 되고 말았다. '노오오력'의 배신감을 느낀 그들은 하나씩 하나씩 무언가를 포기하기 시작했다. 요즘 청소년들은 흙수저, 금수저를 얘기하면서 이 세상에 살아남으려면 '아버지를 바꿔야 한다' 아니면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한다. 실제로 청년들은 편도행 비행기를 타고 이 나라를 떠나고 있다. 이것은 그들이 체감하고 있는 현실이고 반응이다. 각자도생의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에 혼밥, 혼술 심지어 누구에게도 간섭받지 않으려 화장실에서 밥 먹는 것을 선택하기도 한다. 이대로 가다 보면 어떤 세상이 올지 걱정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서영교 선생은 일단 둥글게 모여 앉는 것이 필요하다고 한다. 매우 소극적으로 보이지만 가장 적극적인 방법인 것 같다. 그렇다! 모여 이야기하다 보면 길이 보일 것이고, 함께 그것을 선택하고 살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람들은 매순간 '이렇게 해도 될지'에 대한 고민과 '저렇게 살고 싶다'는 괜한 부러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있다. 이렇게 살지 못하는 나와 저렇게 살고 싶은 나는 오늘도 현실을 원망하며 어쩔 수 없음을 토로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현실적이고도 합리적인 선택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우리는 점점 삶의 모호함이 주는 불안과 싸울 힘도 없고 미래의 불확실함에 맞서 싸울 의지도 상실해 버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삶의 야생성을 잃어버렸고, 무언가에 길들여지는 삶을 살고 있다. 다시 생각해야 한다. 길들여서 잃어버린 감각들을 되살리려면 불편한 선택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는 남들처럼 혹은 남들만큼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산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삶이 필요하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나만의 감각을 되찾을 활동이 필요하다. 몸의 감각을 일깨움으로 주체적 '나'로 살아감을 훈련해야 한다. 손끝으로 경험한 그 무엇이, 온몸으로 집중하며 몰입했던 그 시간이 나다움을 알아가고 인간다움을 지켜가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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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시골농부가 이런 고민까지 하게 되었는가? 이제 곧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시대가 열리면서 인간은 더욱 본래의 감각을 사용하기보다는 기계와 소통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현실을 앞두고 있다.

본연의 인간다움과 나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절대 포기하지 말아야 할 그 무엇을 찾고 지켜내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나다운 삶을 위한 불편한 선택을 소중히 여기며 서로를 격려해 줄 동지들도 필요하다. 외롭지만 동지가 있어 갈 수 있는 그 길을 오늘도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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