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0일 진주시의회가 2017년 당초 예산안을 92억 6650만 6000원 삭감 의결했다. 예산 삭감 이후 5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예산 갖고 칼춤 춘 진주시의회',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등 현직 진주시 공무원들의 감정적인 글이 몇몇 매체에 중복 게재되는 등 이례적인 일이 진행되고 있다. 예산 삭감 후 간부공무원·관변단체들의 기자회견 내용은 논할 가치도 없다. 예산 삭감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수치와 계수조정 대상 사업들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진주시는 지난 12월 21일 유인물을 통해 "이번 예산 삭감액은 타 지자체와 비교는 물론 예년의 예산심사와 달리 턱없이 많아 집행부가 일을 하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과연 진주시의 말이 맞는지 이 글을 통해 분석하고자 한다.

진주시가 2017년 당초예산안으로 시의회에 제출한 세출예산 총액은 1조 800억 8467만 5000원이다. 시의회가 삭감한 금액은 세출예산안 총액의 0.85%에 불과하다. 반면 양산시의회는 2017년 당초예산안 7774억 5548만 6000원 중 240억 69만 9000원을 삭감해 세출예산안 총액의 3.08%를 삭감했다. 삭감률 0.85%에 '일하지 말라는 소리'가 맞으려면 양산시는 사실상 한 해 모든 행정이 마비되어야 마땅하다. 0.85% 삭감에 일을 못하는 게 사실이라면 시장이 사퇴하는 게 맞다.

진주시의회는 85건 사업을 삭감(전액삭감 34건, 일부삭감 51건)했다. 삭감 사업의 성격을 분류한 결과, '홍보성' 사업 20건 20억 8500만 원 중 12억 8600만 원을 삭감했다. '행사성' 사업 22건 14억8992만 원 중 6억 3332만 원을 삭감했다. '운영비' 사업 9건 9억 9061만 2000원 중 4억 4475만 2000원을 삭감했다. '인건비' 2건(전통시장·상점가 환경개선, 어린이집 건강돌보미) 4억 4431만 4000원 전액 삭감됐다. 어린이집 건강돌보미 사업은 간호사를 채용해 어린이집에서 정기적인 신체 계측, 건강 관련 점검하는 것으로 보건소에서 해도 되는 사업이다. 모범보육교직원 보육시설 견학과 어린이집 보육교직원 하계연수회 예산 삭감에 진주시어린이집연합회가 '아동복지 외면'이라며 서은애 진주시의원 집앞과 남편 한의원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인가.

'시설비 등 공사' 사업 11건 61억 9002만 원 중 30억 3802만 원을 삭감했다. 진주대첩 기념광장 조성 예산 22억 중 10억을 삭감한 게 대표적이다. '용역 관련' 사업 4건 4억 7000만 원 중 2억 9000만 원을 삭감했다.

꼭 편성하지 않아도 되는 홍보성·행사성·각종 공사 삭감액이 92억 중 약 33억에 달하는 점은 진주시정에 부합한다. 진주시는 2016년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채무제로를 선언하면서 불요불급한 예산 감축, 축제 및 행사비 절감, 투자 효율성이 낮은 사업 축소한 덕분이라고 했다. 시의회의 예산 삭감은 진주시정의 기조에서 하나도 벗어나지 않았다.

분류에 적용되지 않은 12건 중 관사 예산 4억 3000만 원과 의장전용 승용차 교체구입 6800만원 전액 삭감이 있었다. 시장과 시의회가 굳이 가질 필요 없는 혜택을 시의회가 자구책으로 삭감한 것이다. 관용차량 교체 구입을 막고도 해외연수를 3월에 간다는 이유로 시의회가 언론의 질타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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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의회가 삭감한 사업 86건 중 55건이 전액삭감이었다. 양산시의회가 진주시의회보다 삭감률이 3.5배나 높았음에도 양산시 행정력 집행에 문제는 없다. 진주시의회의 지난해 예산안 삭감률이 0.001%에 그쳤다. 진주시의회가 진주시와 관변단체의 집요한 공격을 받는 것은 그동안 불요불급한 예산 삭감이란 의회 본연의 뜻에 소홀했던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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