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분권, 기초의회 바로 세우기부터 (6) 의령군의회
'혈서 각서'사태 등 분열 반복…집행부와도 갈등 깊어
지난해 후반기 소통 앞세운 화합 움직임에 군민 기대

개원부터 요동친 제7대 의령군의회는 기초의회사상 최대 오명을 남겼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새누리당 공천장으로 군의회에 진입한 초선 의원이 당적을 버리고 '무소속 의장'이 됐다. 이 과정에서 동반 탈당한 의원과 세 불리기로 갈등과 반목이 이어졌다.

2년 뒤 의령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는 의원 간 나눠 먹기를 약속한 '혈서 각서' 존재가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이후에도 반성 없는 의원들 행태에 군민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지방의회 무용론'이 불거져 나왔다.

◇갈등과 반목은 언제부터 = 2014년 7월 당시 의령군의회 개원 때 새누리당 7명, 무소속 3명인 상황에서 새누리당 소속이던 오용 의원이 결국 '무소속 의장'이 됐다. 선출된 오 의장은 새누리당 소속 의원 7명, 무소속 의원 3명 등 전체 10명의 의원 중 6표를 얻어 4선과 3선 등 다선의원을 따돌리고 선출된 것이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은 투표 결과에 의구심을 나타냈고 제7대 의령군의회 개원식은 이들 의원의 무더기 불출석으로 의원석이 텅 빈 반쪽 개원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갈등은 점차 확산돼 지난해 5월, 2016년도 제1회 추경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도 하지 않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오영호 군수는 대부분 군민 생활과 밀접한 추가경정 예산을 사적인 감정으로 처리한 일부 의원의 행태에 일절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집행부와 의회 간 갈등이 증폭됐다.

이처럼 군의회가 뚜렷한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예산안 전체를 처리하지 않은 것은 지난 1991년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부활한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의령군의회는 10여 일 뒤 대군민 사과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문제가 전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군민들은 공분했고, 이를 어물쩍 덮으려한다는 비난이 빗발치자 의령군 이·통장들이 나서 "징계 조치와 이후 주민소환도 불사할 것"이라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후에도 의령군의회 후반기 의장단 선출 과정에서 의원 간 나눠 먹기를 약속한 '혈서 각서' 존재가 드러났고 '네 탓' 공방이 이어졌다.

반성은커녕 이 시기 의원 개인 사무실을 1인 1실로 고치는 리모델링 공사를 벌여 비난을 자초하기도 했다.

당시 의령 이통장연합회는 "군민을 철저히 무시한 의장단 나눠 먹기 혈서와 이게 무슨 자랑이라고 본회의장에서 폭로와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떠드는 뻔뻔함에 군의회 의원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의령군의회가 2017년도 새해 업무보고회를 열고 있다. /의령군의회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의 몫 = 군의회 부패와 갈등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군의원을 뽑은 의령 군민이다.

군의회는 당시 집행부가 제출한 '2016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도 하지 않았다.

집행부가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일반회계 174억 4600만 원, 특별회계 79억 4400만 원 등 총 253억 9000만 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지만 부결처리하는 바람에 추경예산 전체가 폐기되는 사태를 불러일으켰다.

군민 복지증진과 주민숙원사업을 위해 편성한 예산 150여 건 52억여 원 등 대부분 군민 생활과 밀접한 추가경정 예산을 사적인 감정으로 처리한 일부 의원의 행태에 오영호 군수가 일절 타협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 피해는 고스란히 군민의 몫으로 남았다. 군민의 실망은 자연스레 '지방의회 무용론'으로 이어졌다.

◇반성과 탈바꿈 = 최근 의령군의회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지난해 7월 제7대 후반기 의장으로 손호현 의원(새누리당 재선)이 당선되면서 집행부와 화해 분위기로 돌아선 느낌이다.

발걸음도 하지 않던 오영호 군수의 의회 방문이 잦아지고, 대립각을 세워오던 특정 의원과도 악수를 청하는 모습들이 포착된다.

손 의장은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시대 변화에 따라 의회도, 집행부도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화합과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일련의 사태들을 디딤돌로 삼아 새로운 변화 흐름 속에서 군민과 함께하는 열린 의회를 표방, 의원 10명은 당과 지역구를 떠나 오로지 군민만을 생각하는 의회로 거듭나기를 다짐했다.

심도 있는 예산 심의로 지역발전과 군민 삶의 질 향상에 집중 투자하는 예산을 확정하고, 예산 집행에 따른 문제점과 개선 대책을 미리 제시하면서 효율적인 예산이 집행되도록 본연의 임무를 다하겠다는 것이다.

손 의장은 "군민들이 궁금해 하는 군정 현안과 각종 민원에 대해서는 행정사무감사와 현장 방문을 통해 발로 뛰는 의정활동을 하겠다. 문제가 되는 행정 절차나 주민 피해가 우려되는 사업장은 현장 확인과 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해 즉시 해결하도록 집행부에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위원회별로 소모임 성격인 연구회를 구성해 의원 역량 강화는 물론, 당면한 현안 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토론과 연구를 통해 문제점 도출과 발전 방향을 함께 찾아내어 집행부 정책으로 건의하는 등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다. 이 역시 주민이 참여로 지켜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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