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 독식 패권주의 만든 정치권
촛불 민주주의 통합 출발점 돼야

대선 정국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각 정당의 예비주자들은 연일 공약을 쏟아내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우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연루된 국정농단으로 시작된 촛불 정국이 깔아 놓은 덕석 위에서 대선 주자들이 한 명만 이기는 게임에 사력을 다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대권 주자들의 면모는 국민적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적 위기국면을 해소하고 대한민국을 거듭나게 해 줄 희망은 대권주자들의 자기도취적 도전으로 말미암아 여전히 싹을 틔워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은 승자독식의 패권정치가 기반이었다. 그것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던 개헌은 대선판도의 열기에 밀리고 있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지나온 길을 들추어보면 해답을 얻을 수도 있다.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는 것이 그것이다.

8·15 해방은 국민 스스로가 쟁취한 것이 아니었다. 그 결과 독립을 위해 싸웠던 민족주의 세력과 친일세력의 대결이 있었고, 이승만 정권은 친일세력을 등에 업고 정권을 잡은 뒤 대결과 증오의 정치를 뿌리내리게 하였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해방 정국에서의 좌우 대립과 6·25 전쟁은 그것을 고착화한 동인이었다. 4·19로 촉발된 독재 청산은 군사독재정권의 탄생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 이후 1987년 6월 항쟁이 있기까지는 산업독재와 민주주의 대결이었다.

총성 없는 전쟁이 더 무서울 수도 있다. 대결로 점철된 이 나라 정치는 승자가 독식하는 패권주의와 패자의 증오로 끊임없는 갈등을 만들었다. 국민이 서로 대결하는 구도를 만든 것은 기득권 세력이다. 그 뒤에서 그들은 자기 이익에 몰두했다. 그 언저리에서 대한민국은 지역감정이라는 고질병까지 만들어 내었다. 2017년 현재는 보수와 진보, 촛불세력과 수구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역사를 직시해야 해결의 단초 하나라도 잡을 수 있다. 청산하지 못한 과거로 돌아가 새로 시작할 수는 없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으면 되지 증오의 한풀이로 매조지할 수도 없다. 시간이 너무 멀리 왔고 대한민국은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촛불로 상징되는 세력이 정의이고 패권이 되었다. 촛불의 멍석 위에서 춤추는 대권주자들은 촛불세력에 영합하는 것을 금과옥조로 여긴다. 그러나 촛불에 증오가 있다면 그 역시 청산해야 할 우리 시대의 짐일 수 있다. 촛불의 정의는 민주주의 실현에 목적이 있지 특정 세력을 위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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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집권 세력이 다시 뭉치고 있다. 그들이 만든 대결 국면은 국민적 불안을 증폭시킬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이 민주 정권을 낳지 못한 길을 다시 갈 수도 있다. 프란츠 파농은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에서 자각하지 못한 식민지 아프리카병을 진단했다. 불안해진 국민은 폐해를 알면서도 지난날의 전철을 답습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적 선택을 깎아내릴 명분은 누구에게도 없다.

분명한 것은 대한민국이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직시하고 국민대통합을 이루는 것이 그 출발이 되어야 한다. 대권가도에서는 대연정 논란이 뜨겁다. 대결의 역사를 청산하지 못하고 새로운 길을 갈 수는 없다. 그것이 기득권 세력의 농단에 이용당하지 않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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