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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독감 인근 농장 살처분, 이 방법 밖에 없는가?

감염 여부 수시 검사 등 대비 않고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인근 농가
'묻지마식 생매장'에 농민 분노·허탈
공장식 사육 중단 등 대책 마련 필요

이서후 기자 who@idomin.com 2017년 02월 06일 월요일

지난해 말 조류인플루엔자(AI)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산 채로 포대에 담겨 파묻히는 닭들을 보고 불편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닭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 다 사람이 잘 못 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 탓입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천안시에 산다는 축산농민의 글이 오마이뉴스에 실렸네요. /편집자 주

우리 닭들이 강제로 살처분 당한 지 한 달도 더 지났다. 닭들의 울음소리가 끓긴 주변은 겨울 들판의 찬바람 속에 스산하기만 하다.

지난해 12월 31일 0시 30분. 마치 군사작전을 하듯, 경찰차를 비롯한 십여 대의 차량이 집 주위를 에워싸듯 주차하고, 부시장을 포함 50명이 넘는 경찰과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나와 아내는 강제 살처분의 부당함에 소리 높여 항변하고 저항했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들은 행정집행명령서를 내보이고는 강제로 살처분을 진행했다. 그날 밤 700마리 우리 집 닭들은 잠결에 영문도 모르는 채 이 세상과 작별하였다.

나는 어찌해 대충 타협하고 보상금이라도 몇 푼 더 받아내려 하지 않고 강제 살처분에 끝까지 저항하였을까. 물리력으로도 질 게 뻔한데 말이다.

무엇보다도 예방적 살처분의 실효성 문제 때문이었다. 전국적으로 상당수 농가의 멀쩡한 닭과 오리들이 예방이라는 핑계로 살처분 당했다. 하지만 AI가 발생한 반경 3㎞ 이내 농가에 대해 획일적으로 진행되는 예방적(?) 살처분이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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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처분 모습.

◇정부 논리대로라면 철새 주변은 왜 그대로 두나 = 작년 12월 15일경 우리 닭장에서 150m 떨어진 오리농장이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2주일이 지나도록 우리 닭들은 멀쩡하기만 했다. 우리 농장 150m 지점에 AI가 발생했으니 150m 지점에 위험요소가 생긴 것은 맞다.

그러나 우리 닭장에서 100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은 풍서천에는 수많은 철새, 그리고 그 분변들이 널려 있다. 수많은 AI 위험요소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AI 발생 3㎞ 이내 농가뿐만 아니라 철새가 날아드는 하천변 3㎞ 이내의 모든 사육 농가들에도 예방적 살처분을 실시해야 하는 것 아닌가?

단언컨대 AI 발생 여부는 철새분변, AI 발생농가 등 위험요소로부터의 거리가 아닌 국가 방역 시스템의 문제, 즉 실력에 달렸다. 똑같은 철새인데도 일본은 100만 이하 살처분, 한국은 3200만 살처분.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더불어 지금과 같은 대규모 기업식 가금류 사육이 갖는 구조적 한계도 AI 발생의 주요인이다. 현재 대부분 농가에서 사육 규모가 수만 마리를 웃돈다. 수십만 마리를 넘는 경우도 허다하다. 예전과 같이 농장주 1인 혹은 가족 경영이 아닌 훨씬 더 넓어진 면적에 다수 농업노동자가 사육에 참여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료차, 계란 운반차 등이 들락거린다. 따라서 넓은 면적 중 한 곳만 뚫려 단 한 명의 노동자라도 부주의한다면 AI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개별 농가의 특수한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 않아 = 정부의 이번 예방적 살처분은, 반경 3㎞만 고집했지 개별 농가의 특수한 사정이나 주변 상황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 농장은 닭을 방사해서 키우는 유정란 농장이었다. 천안에서 이번에 살처분된 농가 중에 또 다른 방사유정란 생산농가가 포함되어 있다. 방사유정란 사육농가의 사육 규모는 대부분 1000마리 내외로 제한된 면적에서 농장주 1인이 관리한다. 규모화된 일반적인 가금 사육 농가보다 현저하게 AI 발생 가능성이 작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내가 사는 천안시 광덕면에는 가금류 사육 농가가 AI가 발생했던 오리농장과 우리집 두 곳뿐이다. 이웃 면에 있는 농장과는 5㎞ 이상 떨어져 있다. 설사 우리 농장에 AI가 발생하더라도 주변 가금 농장에 대한 추가 감염의 가능성은 미미하다. 따라서 상식을 가진 정부라면 특히 방사유정란 생산 농가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고 미리 관찰하고 주기적으로 AI 감염 여부를 검사하면 되었다.

이후 판매 과정도 문제다. 방사유정란 농가에서 생산된 유정란은 일반란처럼 경매가 아닌 대부분 인터넷 판매 등 직거래를 통해 팔려나간다. 살처분 이후 생산이 재개되기까지는 기본 7~8개월이 소요되는데 그때까지 기존 소비자들이 기다려주겠는가? 이는 생산농가의 처지에서 보면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다. 7~8개월 이후 정상적으로 유정란을 생산한다 해도 생산보다 중요한 판로개척은 새로 시작해야 한다.

AI 발생 농장에 대한 처리도 원칙이 없었다. 12월 15일경 확진 판정을 받은 이웃 오리농장은 정부 방침대로라면 AI 확산 방지를 위해 매몰하거나 소각을 시작했는데, 무려 열흘이 걸렸다. 그리고 이런 상황은 전국적으로 비일비재하다. 그러면서 3㎞ 이내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감염되지도 않은 멀쩡한 닭은 살처분한다는 논리를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농민이 죄인인가 =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 과정에서 보여준 행정당국의 비인간적 태도이다. 예방적 살처분에 반대하는 농민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계고장을 보내왔는데 그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행정집행에 불응할 시에는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라니, 농민이 무슨 죄인인가? 심지어 일부 농민에게는 4~5명의 경찰관까지 대동하고 계고장을 내보였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그들에겐 농민은 단순한 위협이나 협박으로 굴복시킬 수 있는 하찮은 존재였다.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생명은 그 자체로 모두 존중받아야 한다. AI 예방이라는 핑계로, 획일적으로, 아무런 객관적 근거도 없이 건강한 생명을 죽이는 인간의 행위야말로 저급하고 비윤리적이다. 하기야 오로지 입신양명을 위해서 서슬 퍼런 공안검사의 길을 '영광스럽게' 걸어온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생명이니 윤리니 하는 말 따위는 애당초 사치가 아니었던가?

한밤중 아비규환의 살육 현장 속에서 죽어간 우리 닭들아 미안하다, 미안하다.

부디 다음 세상에는 말 못하는 동물로 태어나지 말아라.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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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후 기자

    • 이서후 기자
  • 국장석 기자입니다. 경남의 산 등 공공 기획. 15면/20면 지역민 참여 보도, 제휴 뉴스. 가끔 자체 기획. 한국언론진흥재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업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