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꼽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갑작스러운 낙마 여파로 새누리당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건 매우 우려스럽다. 박근혜 정부의 2인자 자리에 있던 황 권한대행이 박 대통령 탄핵으로 야기된 조기 대선에 나간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있을 법한지 묻고 싶다. 새누리당이 박 대통령의 국정 파탄과 조기 대선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느낄 줄 아는 정치집단이라면 황 권한대행을 띄우는 건 꿈도 못꾸었을 것이다. 새누리당이 정권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다급함만 있을 뿐 양심이나 도의를 찾아볼 수 없는 집단임을 자인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황 권한대행을 거론하는 일은 단념해야 마땅하다.

반 전 총장의 하차로 최근 홍준표 도지사도 갑자기 출마설이 돌고 있다. 한때 여권 대선 주자 무리로 분류되다 '성완종 리스트'와 무상급식 중단을 계기로 떨어져 나간 홍 지사 또한 반 전 총장의 공백을 노리는 듯하다. 다가올 성완종 리스트 항소심 재판이 원심과 달리 무죄로 나오면 홍 지사가 대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구체적인 추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홍 지사의 대선 출마설은 국민의 정서에 반한다. 서부경남 유일의 지역거점병원인 진주의료원 폐쇄, 전국 유일의 무상급식 중단 등에서 보듯 재임 내내 홍준표 도정은 반복지 행보로 일관했다. 게다가 정책 추진 과정에서 보인 홍 지사의 고집불통, 독선, 밀어붙이기 역시 민주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대통령 자격과는 거리가 멀었다. 용케 검찰 수사의 손이 뻗치지 못했지만, 홍 지사는 자신의 측근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박종훈 도교육감 불법 주민소환 운동의 배후라는 의혹에서도 떳떳하지 못하다.

황 권한대행이나 홍 지사는 설령 주변에서 무책임하게 출마 바람을 잡더라도 단호히 거절하고 자신의 입장을 똑똑히 표명해야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침묵은 이들이 분위기를 보며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니 딱하다. 자격 미달인 자들이 대선에 도전할 경우 현직 대통령 탄핵을 이끈 촛불 혁명의 의의가 훼손될 여지마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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