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이진 않지만 한자 중에 '기쁠 흠(鑫)'이라는 글자가 있다. 쇠 금(金)이 세 개가 모였다. 재물을 의미하는 '금'이 불어나면 기쁘다는 뜻이다.

설 명절, 사촌 형제들과 모였다. 명절이 아니면 바쁘다는 핑계로 잘 만나지도 못한다. 서른아홉 살부터 스무 살까지 한자리에 앉았다. 대기업 과장부터 사업하는 형, 운동선수, 공부하는 형, 중소기업에 다니는 동생까지 '버는 액수'는 천차만별이다.

그러나 누구도 으스대지 않았고, 누구도 동정받지 않았다. 서로 어린시절 추억을 얘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편으로 설을 앞두고 찾은 한국산연 해고 노동자 농성장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너무 마음 아팠던 이야기다.

투쟁 중인 한 해고 노동자는 "같은 생산직에서 관리직으로 옮긴 동료가 앞장서서 괴롭힌다"고 했다. 그 동료는 생산직 때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고 했다. 생산직 10년차는 잔업과 특근 수당 등을 포함해 1년에 약 3800만 원을 받는데, 이제 막 뽑힌 관리직 주임은 그보다 조금 더 많이 받는다고 했다.

한국산연은 지난해 9월 생산직을 전원 해고했다. 관리직은 여전히 회사에 남아 있다.

8년간 같이 일히고, 퇴근하면 어울려 술도 마시고 부대끼던 그 동료가 해고 노동자들을 고소했다. 이유는 농성장과 해고노동자가 회사 앞마당을 무단 침입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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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가 자발적인 것인지, 누가 시킨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궁금한 것이 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 투쟁 중인 해고 노동자를 보는 그 동료의 기분은 어떨까. 혹은 월급 통장을 보는 그의 마음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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