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기부 늦게 보도되는 까닭 의문
기부, 차별 또는 과대포장해선 안돼

난 부끄럽게도 개인적으로 이렇다 할 이웃돕기 기부를 해본 적이 없다. 동창회나 회사에서 단체로 기부하는 것 말고는. 자신의 형편이 어려운데도 한 푼 한 푼 모아 기부하는 이들을 예사롭지 않게 바라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웃돕기 기부 보도자료가 쏟아지는 연말연시, 흥미로운 제목이 눈에 띈 건 지난 1월 11일이었다. 창녕군 남지읍 시골이용원 아저씨의 훈훈한 이웃사랑?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쌀 20kg 60포대(210만 원 상당)를 기탁'했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힘겹게 이용원을 운영하면서 기초생활수급자들에게 무료 이발 봉사'한다는 말에 확 꽂혀버렸다.

다음날 오전 '남지 김동만 이용원'으로 찾아갔다. 이용원에는 한 노인이 이발하는 중이었고, 손님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떻게 이용원을 하게 됐는지 먼저 묻다 보니 손님 세 명과 나는 그의 인생 이야기를 가감없이 듣게 됐다. 이발을 배우던 시절, 고향 남지에 정착한 이유, 이용원에 불이 나서 복구한 얘기를 다 듣고나서야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온갖 풍파 다 겪고 살아오다 보니 욕심도 없고 지금 이대로 사는 게 가장 행복합니더."

폐부를 찌른 건 파란만장한 삶을 토해내던 그가 노인의 이발을 마무리하며 퉁명스레 꺼낸 말이었다.

"작년(2016년) 12월 23일 남지읍에 직접 가서 쌀을 기부했는데, 기부 날짜보다 보름도 더 지나서 이제 보도가 되는가베. 유명 단체장들은 군에 기부하면 그날 사진도 찍고 그다음날 바로 경남도민일보에 기사도 나더만 유명인 돈이랑 내 돈이 다르나?"

12월 23일 기부한 내용을 1월 11일 보도자료로 뿌리면서 기부 날짜도 정확히 알리지 않았으니 창녕군 책임이지만, 내가 더 낯부끄러웠다.

1월 16일 자 경남도민일보 7면에 그의 기사가 실렸다. 3일 뒤 창녕군에서 공문을 하나 보여줬다. 이 기사 덕에 김동만 씨가 2월 1일 국무총리 오찬 간담회에 초청됐단다.

흐뭇한 마음으로 공문을 들여다보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주민등록상 이름은 김만동이나 초등학교 시절부터 동만으로 불리어 이발관은 김동만 이발관이란 상호로 운영하고 있음'. 이런 낭패가 있나. '남지 김동만 이용원'이라고 간판에 쓰여 있어서 그의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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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일 국무총리 오찬 간담회에 다녀온 김만동(주민등록상 이름·69) 씨에게 전화를 했다. "성함이 김동만이 아니고 김만동입니까?" "어렸을 때부터 김동만이라고 불러서 그런 줄 알았는데 김만동이더라고. …총리실에서 전화가 왔길래 거짓말인 줄 알았지. 황교안 총리 만나서 대접 잘 받고 왔습니더. 전국에서 15명 왔는데 나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 부끄럽드만."

기부는 녹록지 않았던 한 사람의 삶이 빚어낸 선물이다. 그 선물은 차별돼서도 안 되고 과대포장돼서도 안 된다. 그를 인터뷰한 후 에피소드는 보존력이 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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