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이재용 구속, 조속한 탄핵심판 촉구…대권에 눈 먼 야권에 쓴소리도

"2월에는 탄핵하라!"

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2월 중 탄핵을 촉구하는 14차 주말 촛불집회가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다. 설날 연휴였던 지난주에 집회가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2주 만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촛불집회를 '박근혜 2월 탄핵, 황교안 사퇴, 공범세력 구속, 촛불개혁 실현 14차 범국민행동의 날'로 명명했다.

특히 이날 촛불집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전날(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압수수색을 청와대가 끝내 막아서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사실상 특검의 협조 요청을 거부한 상황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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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차 범국민행동 광화문 촛불집회가 열리는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서 박근혜퇴진 이재용구속 집중집회 참석자들이 삼성본사를 향해 행진하고 있다./오마이뉴스

퇴진행동은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증거로 가득 찬 범죄 현장"이라며 "군사 기밀이 아니라 국정농단 사건 증거를 확보하려는 특검의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가족과 함께 촛불집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김건우(50, 회사원)씨는 "아직 박근혜 탄핵 여부가 안개 속으로 가는 것 같고, 박근혜는 처음과 달리 강하게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며 "국민이 뭉쳐서 압박하는 움직임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어제 청와대가 특검의 압수수색을 거부한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그렇게 버티면 촛불이 사그라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절대 그렇지 않다는 사인을 국민들이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종대왕상 옆 상황실 천막에서는 촛불집회 100일(오는 2월 5일)을 기념해 시민들과 떡 나눔 행사가 열렸고, 오후 6시 40분경 가족단위 시민참여자와 함께 기념 케이크 커팅 행사를 진행한다. 이후에는 "2월탄핵", "이재용구속" 등의 단어를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리는 퍼포먼스도 진행한다.

그 옆에서는 서명부스를 설치하고 '이재용 구속영장 재청구' 10만 서명운동이 진행됐다. 주최 측은 이날 본 집회에 앞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사전집회를 열고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인 재벌 개혁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을 요구했다.

14차 촛불집회 2부의 문은 배우 류금신씨가 열었다. 류씨는 '참사랑', '그래 가는 거야', '희망의 노래' 등을 부르며 광화문 광장에 모인 시민들과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박근혜를 탄핵하라"고 외쳤다. 한 손에는 핫팩을 다른 손에는 촛불을 든 시민들은 '황교안도 구속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박근혜 대통령 2월 탄핵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구속,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퇴진, 국정 교과서 반대 등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이어졌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에 항의하며 16일째 거리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권영국 변호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도 공범으로 지목했다. 그는 "법원은 이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재벌 적폐 청산을 염원했던 국민의 요구를 스스로 외면했다. 법원도 공범이다"라며 "이재용의 구속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진정한 법 앞의 평등이 무엇인지 국민이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퇴진해야 한다고 외쳤다. 우 공동대표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기소하지 말라고 했던 황교안은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공로로, 공안 검사 김기춘의 아바타로 국무총리가 됐다"라며 "4.19는 혼란이고 5.16은 혁명이라고 생각한 그가 국무총리가 된 후 백남기 농민이 경찰폭력에 의해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촛불시민이 원하는 것은 박근혜뿐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모두 걷어내는 것"이라며 "황교안은 지금 대통령 권한대행을 할 사람 아니라, 수사를 받아야 할 대상"이라고 밝혔다.

우 대표의 발언을 들은 시민들은 "짜증 유발자 황교안"을 외치며 "황교안은 사퇴하라. 황교안을 구속하라"고 호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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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국정교과서 폐기를 위한 시민들의 도움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창익 전교조 위원장은 "1000만 촛불은 여러 달 동안 국정교과서 폐기를 촉구했는데, 시대의 명령 앞에서 그 많던 정치인, 대선후보들은 다 어디 갔느냐"며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교에 전화를 걸어 국정교과서 연구학교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달라"고 호소했다.

대선 준비에 열중하는 정치권에 대한 쓴소리도 나왔다. 박병우 퇴진행동 공동상황실장은 야당과 대선주자들이 정기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2월 퇴진을 위해 힘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촛불시민은 박근혜 대통령을 내려오게 하려고 엄동설한에도 14주차 광장에 모였다. 그런데 야당의 정치 행보는 대선으로 모두 쏠려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없이 대선이 가능한가. 정치권에 묻겠다. 대선 주자들은 답해 달라. 여러분들은 과연 2월 내 박근혜가 퇴진할 수 있다고 확신하나. 지금이라도 정치권과 국회가 마음만 먹으면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과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 야당은 착각하지 마라. 대선보다 탄핵이다. 야당에 경고한다. 대선보다 탄핵이다."

'브로콜리너마저'의 공연이 끝나자,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파도를 타며 행진을 준비했다. 이들은 청와대, 헌법재판소, 총리공관 등 3곳으로 나눠 행진을 벌였다. '박근혜 2월 탄핵, 이재용 구속, 황교안 퇴진' 구호는 멈추지 않았다. 헌재 앞에서는 촛불파도를, 총리공관 앞에서는 '황교안 사퇴 촉구' 종이 구겨 던지기, 청와대 앞에서는 '광화문 구치소' 등 행진퍼포먼스가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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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월에는 탄핵하라-14차 범국민행동의 날'에 참석한 시민들이 박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며 촛불파도 타기를 진행하고 있다./오마이뉴스

한편 이날 14차 촛불집회에는 서울 광화문에 연인원 40만여 명, 지역에 연인원 2만5500여 명(오후 8시 30분 기준, 주최 측 추산)의 시민이 모였다. 퇴진행동 측은 "촛불집회 100일을 앞두고 설날 연휴 전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모였다"며 "청와대 압수수색 불발, 박근혜의 뻔뻔한 인터뷰,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 등 촛불민심을 거부하는 일련의 사태에 시민들이 분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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