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선주자에서 내려섰다. 여권의 경쟁력 있는 주자였고, 제3지대로 보수 결집을 노리며 분주하게 움직이던 터라 대권가도에 던져진 충격은 상당했다. 그가 물러선 이유는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갈수록 떨어지는 지지율과 이를 반전시키려고 들고나온 제3지대 텐트론이 먹혀들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다수 대권주자와 언론이 족집게처럼 반기문 주자의 낙마를 예언하고 있었다는 것은 허술한 정치 여정 이상으로 준비가 덜 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민은 그의 귀국 후 행보에서 세계대통령을 역임한 관록과 위기의 국가를 구하고자 하는 진정성을 보지 못했다. 서두르고 세몰이하듯 하는 모습에서 과거정치를 보았고 공허한 말의 성찬에서 국민보다는 대통령직에 목적이 있다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대선 판도에서 반기문 변수는 사라졌다. 대권주자들은 언론에서 추정하듯 반기문을 지지했던 표심이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 계산하기에 바쁠 것이다. 그러나 대권주자들이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세계 대통령을 지낸 인물도 버텨내지 못할 만큼 국민의 눈높이가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으로 국민의 정치 감각은 한층 더 높아졌다. 인물이나 이합집산 정도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남아 있는 주자들은 반기문의 사퇴로 유불리를 따질 것이 아니라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정치적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여권은 제3의 인물을 찾기보다는 반성해야 하며 야권은 이번에는 무조건 된다는 식으로 나오지 않아야 한다.

대선 열기가 고조되면서 선심성으로 보이는 포퓰리즘 정책들도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 선진과 올바른 대한민국 건설은 국민에게 책임을 물어야 달성될 수 있다. 국민에게 책임을 묻자면 가장 중요한 것이 통합의 리더십과 정직이다. 어떤 세력을 배경으로 하려는 이들이나 지지율 상승만을 노린 정책들이 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인다. 국민은 정치의 모든 것이 바뀌길 바라고 있다. 정권교체, 정치교체, 시대교체 모두가 포함된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대권주자들이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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