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육아휴직제는 직장과 가정이 서로 손을 맞잡고 상생과 공존의 지혜를 도모하자는 취지인데 시행된 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제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해석된다. 직장 풍토가 아직 당연시하지 않는 선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을 원하는 직장인들은 상사나 조직체계의 눈치 보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공무원이라면 신분보장이 되므로 그나마 덜하다. 민간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또 다른 일손, 즉 대체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부담이 뒤따라 시선이 곱지 않다. 육아휴직을 하면 승진이나 포상에서 불이익을 받지나 않을까 불안해하는 심리가 또 하나의 이유다. 남성 휴직자라면 후자에 더 신경 쓰게 된다. 육아와 양육에 따른 집안 걱정이 태산 같아도 직장에 계속 나가야 한다는 초조감에 지배당하고 마는 것이다.

안상수 창원시장이 최근 일과 가정의 양립론에 적극적인 동의 의사를 보인 것은 근래 들어 계속되는 역내 인구 감소추세가 맞벌이 부부의 출산 기피현상에서 빚어지는가 하면 폐쇄적인 직장문화가 근본 원인임을 파악한 결과일 것으로 여겨 의심치않는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 관점은 옳다. 아무리 좋은 비단옷이라도 장롱 속에 처박아두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중요한 것은 책임자들의 의식이다. 시청이면 시장이 최고 책임자요, 일반 기업체라면 사장이 최고 관심을 보여 소관 내 직장인들이 아무 거리낌 없이 출산과 육아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적 배려를 넓혀야 하는 책무를 가졌지만 그동안 생산성 위주의 편의주의에 빠져 의식적으로 제도를 사장시키는 데 공헌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차제에 국가 기관에서 주로 채택하는 재택근무제도도 지방 관서가 원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볼 만하다. 재택근무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특수 행정계층이 애용하는 터라 울타리가 좁은 지방이 따라하기에 무리가 뒤따른다고 할 수 없다. 지방도 개인의 전문영역이 요구되는, 비교적 자유로운 근무조건을 가진 직장이 상당하고, 따라서 운용만 잘하면 창의적 효율성을 높여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사회적 목표를 성취하는 데 일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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