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편의점 라면 판매대 앞에서 멈칫했다. 습관처럼 먹던 라면의 상표를 확인했다. 다행히 '오뚜기'였다.

지난 연말 오뚜기 창업자 고 함태호 명예회장 선행이 알려져 SNS상에서 큰 화제였다. 고 함 회장은 선천성 심장병 어린이 4300여 명에게 새 심장을 선물했고, 장애인 자활을 돕는 밀알복지재단을 후원해왔다. 2015년 시식사원 1800여 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채용해 환호를 받았다. 재산 상속도 남달랐다. 아들 함영준 회장은 15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냈다. 당연한 납세지만 네티즌은 '오뚜기만 먹겠다'며 박수를 보냈다.

2주 전 경제부에서 기업을 맡았다. 공부할 게 한둘이 아니다. 각 기업을 파악하고 지역경제 흐름을 좇으려니 제대로 된 취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요즘은 주로 출입처에서 제공한 홍보 자료로 기사를 쓰고 있다. 이런 기사는 관심군이 한정돼 있어 홈페이지 기사 조회 수가 200회 될까 말까다. 그런데 며칠 전 당황스런 기사가 있었다. LG전자 창원공장이 직원 대상으로 건강 프로그램을 한다는 기사였는데 SNS에서 수십 차례 공유됐고 조회 수 5000회가 넘었다. 그 주 가장 많이 본 기사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 기사를 작성하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사회부에 있을 때 몇 날 며칠을 공을 들여 쓴 기사가 조회 수 2000회를 넘기기 어려웠던 것을 떠올리니 허탈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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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년간 가습기 살균제 사건, 노동자 임금체불 등 대기업을 비롯한 사회 기득권층은 국민에게 큰 실망만 안겨줬다. 소비자가 기업이 '당연히' 하고 있는 사회공헌과 납세, 직원 복지를 더 특별하게 느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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