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TV 김한율·유시형 씨
지역 MC로 일하는 두 남자 SNS 기부릴레이 방송 진행
작년 연탄 500장 전달하기도 "세상 따뜻함 널리 알리고파"

1만 원으로 뭘 할 수 있을까. MBC TV 프로그램 〈만 원의 행복〉을 기억할 것이다. 연예인이 1만 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이 프로그램은 화려해 보이는 스타들의 소박한 모습을 보여주며 큰 사랑을 받았다. 삼겹살 1인분에 7000~8000원은 기본인 요즘 시대에 1만 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면 1만 원으로 기부는 가능할까?

두 남자의 이런 궁금증이 기부 릴레이 방송 <한시TV>를 만든 계기가 됐다. 개그맨 김한율(35) 씨와 MC 유시형(33) 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이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율 씨는 SBS 공채 개그맨이다. 영화배우를 꿈꾸며 서울에 간 그는 선배 제안으로 개그맨이 됐다. 〈웃찾사〉에 출연해 한창 개그를 하던 중 프로그램이 폐지되면서 고향인 창원으로 돌아왔다. 지역에서 MC로 일하던 그는 한 커뮤니티에서 역시 같은 일을 하는 시형씨를 만나 의기투합했다.

한시TV란 이름은 한율의 '한'과 시형의 '시'에서 따왔다. 이들이 시작한 '뭣이라꼬! 만 원만' 기부 릴레이는 지난 11월 시작해 어느덧 51번째 기부천사를 탄생시켰다. MC가 추천한 기부자에게 1만 원씩을 받고 그 기부자가 추천한 다음 사람에게 1만 원을 기부받는 형식이다.

한율 씨는 시형 씨 고향인 경주 감포에서 첫 촬영을 할 때만 해도 이렇게 방송이 오래갈지 몰랐다고 했다.

한시TV 진행자 개그맨 김한율(오른쪽)·MC 유시형 씨. 두 사람은 "한시TV를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김해수 기자

"서울 생활을 접고 창원에 왔는데 시형 씨가 먼저 제안을 했다. 취지가 마음에 들었고 쉬는 동안 좋은 일을 해보자는 생각에 동참한다고 했다. 처음에 친구가 만 원만 달라고 하면 주겠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이 찾아가 만 원을 기부해달라고 하면 해줄까 하는 의심이 있었다. 그런데 기부천사 5명을 만나고 주변 반응을 보니 인기를 얻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시형 씨 제안은 즉흥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는 대구에서 MC 생활을 할 때부터 지역민들을 위한 기부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었다.

"3~4년 전 지역 MC가 얼굴도 알리고 기부도 하는 방송을 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동료 MC 두 명에게 제안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나면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직하고 있었다. 당시 한율이 형이 쉬고 있었는데 툭 던진 제안에 선뜻 함께 하겠다고 해줬다."

거칠었던 시형 씨 아이디어를 한율 씨가 다듬고 살을 붙여 프로그램 완성도를 높였다. 추진력 있는 시형 씨는 곧바로 영상 편집을 도와 줄 친구를 구했고 페이스북 방송을 시작했다.

두 MC는 두 달 넘게 창원은 물론 서울, 부산, 김해까지 기부천사를 만나러 갔다. 처음에 '진짜 기부를 할까' 의심하던 시민들이 이제는 찾아와달라 요청할 정도로 신뢰를 쌓았다.

지난 연말에는 기부금으로 연탄기부를 했다. 마산종합사회복지관이 추천한 두 가구에 연탄 500장을 배달했다. 올해는 굿네이버스와 협약해 기부천사 이름으로 정기 후원 협약을 맺기도 했다.

말 못할 고민도 있다. 기부금 이상으로 드는 경비다. 시외로 나갈 때는 교통비, 식비 등이 만만찮게 나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만둘 이유가 없어서' 계속 해야겠다는 두 사람. 그들의 지향점은 뭘까.

"한율이 형과 우리의 목표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결론은 '기부라는 키워드는 가져가야 한다'다. 프로그램 형식은 바뀔 수 있다. 그렇지만 '기부'라는 가치는 계속 이어갈 것이다. 여기에 사회, 경제, 스포츠 등 시민 생각을 담고 싶다."

가장 큰 목표는 한시TV를 구심으로 한 지역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한시TV 시청자들이 방송에서 소개한 업체를 찾아가기도 하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필요한 사람에게 기부하기도 하고. 한시TV를 시민들이 뛰어놀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1차 목표는 기부천사 1000명 발굴이다. 이를 위해 시형 씨는 영상 편집 기술을 배웠다. 두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50여 회 기부천사들을 만나고 보니 살기 바빠서, 방법을 몰라서 기부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그런 사람들이게 기부 기회를 제공하고 시청자들에게는 아직 세상은 따뜻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투닥투닥 유쾌한 두 사람은 말한다. "기부천사, 당신도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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