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한국사 국정교과서 최종본과 함께 검정교과서 새 집필 기준을 공개했지만 오히려 논란이 더 비등하고 있다. 앞서 공개한 현장검토본에서 오탈자나 역사적으로 명명백백한 사실에 대해서만 일부 수정을 했지 큰 틀과 기조는 그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개학이 한 달 남짓한 이 시점까지 올해 연구학교 시범 시행, 내년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 혼용이란 절충안을 제시하며 눈치를 보고 있다. 하지만 국정교과서 제도 도입을 놓고 강력히 반대해온 역사학계와 교육현장의 반발은 전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큰 혼란이 예상된다. E.H. 카의 말처럼 역사란 역사가의 해석이며, 인간 역사의 끊임없는 변화는 저자의 가치와 관념의 변화에 따라 언제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으며 해석되어야 한다. 학문적 관점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불가피한 역사연구의 소산인 교과서 또한 특정한 관점에만 의거하여 획일적으로 기술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문제의 발단은 역사를 현 정권의 입맛에 맞춰 색깔을 입혀 강요하려던 저의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원천적으로 거부될 수밖에 없다. 전 세계적으로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나라가 북한과 베트남 등 극소수 사회주의 국가에 불과한 사정을 보더라도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다. 게다가 전국의 역사학자 대부분이 집필을 거부하여 전문가도 아닌 일부 뉴라이트 계열 인사들끼리 극비리에 집필한 교과서를 가지고 '국정'이란 자격증을 부여하겠다니 참 억지스럽다. 급하게 만들다 보니 이념문제는 차치하더라도 내용이 부실하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비판은 피할 길이 없다. 차라리 시간을 두고 보수주의 사관에 입각한 역사교과서를 철저하게 준비하여 시장에 내놓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스스로 선택하게 했더라면 또 모를 일이다.

교육부가 연구학교에는 예산을 지원하겠다며 꾀를 쓰는 모양이다. 급하다고 역사공부를 돈으로 해결하려 들다니 어처구니없다. 연말 수능대책은 말도 못 꺼내면서. 당장 국회가 국정교과서 금지법을 통하여 소모적이고 무모한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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