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대선정국이 열리면서 경남지역 정치지형의 변화가 눈에 띈다. 그동안 절대 우위에 있던 보수정당은 퇴조하고 그 자리를 더불어민주당이 차지하고 있다. 1월 셋째 주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은 39%를 얻어 새누리당(14%)·바른정당(11%)의 지지율보다 2~3배 차이로 많다.

경남지역 정치지형의 변화는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높은 지지율로도 확인된다. 1987년 6월 시민항쟁 이후 치러진 대선 역사상 처음으로 영남과 호남에서 동시에 지지를 받는 대통령이 나올 개연성이 커졌다. 물론 이런 여론조사의 결과는 새누리당에 대한 청년층의 반감과 혐오가 깊어지면서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린 결과로 평가 절하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정당 간 지지율 격차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고정화되고 있다면 이야기는 전적으로 달라진다. 즉,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져서 나온 일시적인 결과라기보다 사회개혁이라는 근본적인 요구와 욕망이 분출되면서 나온 결과라고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왜냐면 보수정당의 일당독재에 가까운 정치행태에 익숙했던 이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식변화가 저변에서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기존의 정치적 문법이나 말투가 아니라 전혀 다른 어법으로 만들어진 정치적 요구는 대중의 정치적 의식변화를 드러내는 보기이다. 정치권이 지금 당장의 지지에 만족하거나 혹은 불신에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대중적으로 요구하는 사회변화의 내용과 방향이 무엇이고 앞으로 어떻게 채워야 할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단순한 권력 스캔들이 아니라 한국사회의 근본적 변화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보아야 한다.

1987년 이후 진행된 민주화는 경제 양극화라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수직적인 갑을 관계로 표현되는 기업지배관계는 일상생활에서 기득권층의 도덕불감증과 같은 기이한 행태들을 통해 확인되면서 대중적 좌절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또한 만혼·저출산 및 비정규직으로 대표되는 사회현상은 경제성장의 잠재력을 갉아먹으면서 공동체의 위기를 자초했다. 현재 대중은 이와 다른 사회를 요구하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