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게임

딸이 스마트폰으로 <마인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고 있었어.

오래전부터 초딩 자녀가 있는 선배들에게 게임과 전쟁에서 처참하게 당한 사연을 종종 듣곤 했지.

무작정 못 하게 막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더라고.

 

"예지, 마인크래프트가 예지 베스트 게임 중에 몇 등이야?"

"마크? 음… 4등?"

 

마크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 위에 1~3등이 있다는 게 놀라웠어.

1~3등 게임 설명을 부탁한 것은 궁금해서가 아니었지.

어쨌든 30분 동안 신나게, 생각보다 조리 있게 게임을 설명하는 모습은 보기 좋더군.

 

"와! 진짜 재밌겠네. 마크가 4등 할 만하네. 아빠도 해보고 싶은데 너무 어려워서 못하겠다. 다음에 또 설명해주라. 그리고 오늘은 좀 쉬고."

"네!"

 

스마트폰을 놓으니 그제야 숙제 생각이 났나 봐.

어쨌든 이게 내 방식이야. 언제까지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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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양말

그러니까 딸이 식탁 위에 양말을 던져놓은 것은 엄마를 닮은 것도, 아빠를 닮은 것도 아니거든.

하필이면 식탁에 양말이 굴러다니니 참 난감하더라고.

 

"예지, 이 양말 신은 거야, 안 신은 거야?"

 

다가오지도 않고 멀찌감치서 보던 딸은 오히려 되물었어.

 

"아빠, 바닥 시꺼메? 안 시꺼메?"

 

그러니까 그거 확인하기 싫어서 물었던 것인데.

 

"예지, 네가 와서 확인해야지. 그리고 식탁에 양말은 왜 벗어놓았어?"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감지한 딸이 뾰로통한 얼굴로 다가오더군.

양말을 이리저리 보더니 "신었네"라며 돌돌 말아 빨래통으로 휙 던져넣는 거야.

뭐가 그렇게 당당한지 아직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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