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시키고 돈 안 주는 '나쁜 사장'들
문턱 높은 고용지청 팔걷고 나서야

1월 16일부터 창원중부경찰서를 다시 맡았다. 근 5년 6개월 만이다. '의무방어 구역'에 크고 작은 기업들과 노동 관련 단체들이 있어서 주요 취재가 '노동'이기도 하다.

경찰서 출입한 지 닷새 만에 '지게차 사고'가 터졌다. 1월 19일 지게차로 프레스를 옮기던 중 기계가 넘어졌는데, 스무 살 청년 두 명이 깔려 한 명이 숨지고 또 한 명이 크게 다쳤다. 경남도민일보 뉴스사이트 idomin.com '기사검색'에서 '지게차'를 쳐 넣어보니 2011년 1월 17일 '[취재노트] 지게차 사고, 더는 안된다'가 있다.

앗, 그런데 기자 이름을 보니 '민병욱'이다. 내 이름이다. 6년 전 이맘때도 잇따라 지게차 관련 사고가 일어났던 것이다. 이때도 노동자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니, 발령을 앞두고 한 대기업 홍보팀 관계자 전화를 받았을 때 내가 건넨 첫 마디는 "지게차 사고, 절대 안 됩니다"였다. 내가 사고를 몰고 다니는 걸까. 우연히도 '하인리히 법칙'(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가벼운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을 밝힌 법칙)의 결과일까. 이제는 '어이없는 지게차 사고'로 기사 쓰는 일 없었으면 한다.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두 청년과 가족들에게도 위로를 건넨다.

체불임금은 왜 이렇게 많을까. 민주노총 경남본부 자료를 보니 경남지역 체불임금은 지난해 1458억 4000만 원, 전국 세 번째였다. 모두 3만 2243명이 돈을 받지 못했다.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하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드러내 주는 통계치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일한 사람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않고, 경기 안 좋다는 핑계만 대는 '나쁜 사장님'이 주변에 없는지 돌아볼 일이다. 세상에서 정말 얄밉고 치사한 사람이 일 시키고 돈 안 주는 사람 아니던가. 전국 체불 사업주 239명 가운데 경남지역에 사업장을 둔 체불 사업주도 23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런 와중에 1월 10일 창원고용노동지청(이하 창원지청) 근로감독관이 조선소 사내 하청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장부가 발견됐고, 현재 감사관실에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이 소식 들은 노동자들이 얼마나 허탈해 했을까. 아닌 게 아니라 조선소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가 고용지청에 가서 제대로 상담이나 안내 받으려면 '민주노총 조끼'라도 입고 가야 한다는 게 정설 아닌 정설인 탓이다. 그만큼 문턱이 높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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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만난 창원지청 한 근로감독관은 "정말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 없다.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창원지청에 정의롭고 공정하게 일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라 믿는다.

명예회복을 하고 다시 팔을 걷어붙였으면 한다. 지게차 사고도 예방하고, 체불임금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으면 한다. 사정이 어려운 노동자들에게도 더욱 친근한 벗이 되었으면 좋겠다. 할 일이 많다. 곧 나올 감사 결과를 주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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