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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장 권한 분산, 사립대 바로잡는 출발점"

[우리가 주인이다]류석준 영산대 교수 인터뷰
학교 측에 쏟아낸 '건전한 비판' 재임용 탈락·해직
현 사학법, 권력 쏠림 방관·조장
"지식인, 권력자에 불편함 안겨야"

이승환 기자 hwan@idomin.com 2017년 02월 01일 수요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공분을 일으킨 발화점은 이화여대다.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에게 쏠린 유별난 혜택은 '민중은 개돼지'라는 수사를 적나라하게 체감하게 했다. 그 뒤에는 원칙도 기준도 없는 무지막지한 사학 권력이 있다. 부당한 권력은 더 큰 권력 앞에서 굽실거리며 온갖 부정을 서슴없이 저질렀다. 민주주의 체계를 유지하는 기본은 권력 분산이다. 권력 분산이 작동하는 원리는 견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과 민주주의는 공존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사학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이 자기 세계를 구축한 곳이다. 그 벽은 상당히 견고하다.

류석준 영산대(법률학과) 교수는 지난해 6월 30일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았다. 2006년 계약해 10년 동안 강단에 섰다. 첫 4년은 조교수로, 나머지 6년은 부교수였다. 계약 기한 2개월을 앞두고 정교수 계약, 하다못해 부교수 재계약을 기대한 상황에서 받은 통보다. 영산대는 8월 31일 계약종료를 확정한다. 류 교수는 해직교수가 됐다.

- 재임용 탈락을 결정한 근거가 있을 텐데?

"평가 세부 규정이 있다. 배점도 모두 정해져 있다. 규정에서 정한 배점을 기준으로 매긴 점수는 재임용 기준 점수를 여유 있게 넘긴다. 학교는 '자질 부족'을 내세우며 세 가지 사례를 근거로 제시했다. 강의계획서 미입력 또는 부실 입력, 학과회의 불참, 수업 부실 등이다."

지난해 학교로부터 '재임용 탈락' 통보를 받은 류석준 영산대 교수. 류 교수는 임면권부터 승진까지 모두 총장이 독점하는 현 시스템을 바꿔야만 사학이 바로 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 심사 절차가 부당하다면 이를 조정하는 절차도 있지 않나?

"교원소청심사제도가 있다. 교원 징계와 기타 불리한 처분을 교육부 산하 기관인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다룬다. 지난해 11월 재임용 탈락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았다."

- 학교 쪽 조치는? 교원소청 결정에는 강제성이 없나?

"결정서 효력은 재임용 심사를 다시 열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재심사에서 다시 탈락할 수도 있다. 그러면 또 교원소청을 가거나 민사소송에 들어간다. 학교에서 불복하면 행정소송으로 간다. 그런데 불복 기간이 90일이다. 결정서를 받고 3개월 안에만 불복하면 다시 절차를 진행한다. 일반 소송에서 불복 기간은 일주일인데 지나치게 길다. 이 기간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 판단을 따르면 류 교수 재임용 탈락은 부당하다.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점수는 충분히 확보했고, 자질 부족도 아니라면 학교가 애써 류 교수와 해약해야 할 이유는 뭘까?

- 학교 눈 밖에 난 것 같다. 뭔가 걸리는 일이 있을 텐데.

"2015년 학교가 인사규정 개정을 시도했다. 당시 영산대 교수협의회 대표로서 이를 막으려고 했다. 업적평가 기준을 강화한 내용인데 구성원에게 불리한 만큼 동의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평가 기준 강화가 문제가 되나? 학교는 교수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울 테고.

"물리적으로 만족할 수 없는 평가 기준을 정해놓고 인사권자가 개입할 수 있는 폭을 크게 해 교수 통제 수단으로 삼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실제 사립대학에서 이런 사례가 아주 많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영산대는 인사규정 개정을 강행했다."

지난 12월 15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4차 청문회에서 최경희(앞줄 오른쪽) 전 이화여자대학교 총장 등 증인들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다른 갈등은 없었나?

"교육부가 추진한 '프라임사업'을 비판하는 인터뷰를 했다. 프라임사업은 영산대도 지원을 했는데 탈락했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사업을 교수가 반대하는 모양새가 됐다. 더군다나 프라임사업 탈락이 확정되자 그동안 추진 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성명도 교수협의회 이름으로 냈다."

류 교수 문제와 따로 교육부가 주도한 프라임사업은 여러모로 따질 부분이 많다. 프라임사업은 한마디로 인문계 정원을 줄여 공대 정원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자율적으로 인문계와 공대 정원을 조정하고 구성원 합의를 얻어낸 대학에 재정을 지원하는 구조다. 류 교수는 이 사업을 '도박'으로 규정했다.

류 교수와 영산대 분쟁은 진행형이다.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다는 교원소청 결과에 영산대가 어떻게 대응할 지는 알 수 없다. 문제는 그 지난한 시간 학교가 볼 피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피해는 당장 수입이 끊긴 류 교수에게 쏠려 있다. 이는 부당하게 해직된 교수 대부분이 겪는 일이다.

- 학교 쪽 태도는 지나친 권력 쏠림에서 비롯한 듯한데 영산대 구조는 어떤가?

"영산대를 비롯해 많은 사학이 실질적 주인이 총장을 하는 구조다. 법적으로는 이사장이 총장 위에 있지만 총장 권한이 더 매력적이다. 이사장은 인사권을 쥐지만 학사업무에 개입할 수 없다. 반면 총장은 인사권만 없을 뿐 모든 학사업무에 개입할 수 있다. 그래서 인사권자인 이사장을 대리인(?)으로 두면 총장이 모든 권력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 영산대 이사장은 총장 아내다."

- 사립학교법 개정 때 이 문제를 건드리지 않았나?

"2006년 사학법 개정에서 핵심이 총장과 이사장 권력 분산이다. 이사장을 이른바 대리인으로 내세울 수 없도록 규제한 것이다. 하지만 이 규제가 2007년 재개정 때 사라진다. 이사회 3분의 2 찬성, 교육부 승인으로 '바지 이사장'을 앉힐 수 있게 됐다."

- 권력 남용 사례는?

"인사 문제가 가장 크다. 임면권부터 승진까지 모두 총장이 독점한다고 보면 된다. 교과와 전공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교수는 방침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정상적인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볼 수 없다. 학교 재정 운용도 사실상 총장에게 집중돼 있다. 견제할 방법이 없다."

- 이처럼 공고한 권력 구조가 만들어진 원인은 뭘까?

"근본적으로 교수 스스로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교수는 특권층이다. 그 특권을 어디에 써야 하나? 부당한 것과 부조리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늘 현실과 타협했다. 한 명씩 두 명씩 침묵하면서 누구도 부당한 권력을 향해 바른 소리 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이제는 정부조차 돈으로 학교를 통제한다. 교수가 일반 월급쟁이가 되고 있다. 비록 다치더라도 교수가 목소리를 낼 때 또 다른 주체인 학생이 나설 수 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독점적인 권력 구조를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 사학 문제 원인인 권력 집중은 해답이 없나?

"구성원이 먼저 문제 제기를 하지 않으면 외부에서 관심을 둘 수 없다.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라는 게 없다. 이화여대 문제도 결국 학생이 나서면서 시작됐다. 스스로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면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 교수 차원에서 의미 있는 움직임이 있다면?

"지난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와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가 대학정책학회를 꾸렸다. 대학 정책을 대학 구성원 스스로 만들겠다는 취지다. 지금 대학 구조와 정부 정책으로는 고등교육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바탕이 됐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게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한 법 체계 확립이다. '국립대학법', '사립대학법'에 이어 이를 포괄하는 '대학법' 제정을 구상하고 있다."

국립대학 설치 근거를 규정한 법이 없다. '국립학교설치령'이 국립대 설치 근거다. 법 기준이 있는 게 아니라 행정 명령으로 존폐가 가능한 구조다. 국립대 총장 선출 과정에서 대통령 개입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법적 지위가 없으므로 법적 보호도 없고 책임도 없다. 이제 이를 규정한 법을 교수들이 제안하겠다는 것이다. 이 법을 바탕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 우리 사회에서 학원 민주화는 어떤 의미일까?

"지식인은 권력자에게 가장 불편한 존재가 돼야 한다. 사회가 지식인에게 맡긴 역할이다. 권력은 본능적으로 끊임없이 지식인을 통제하려 할 것이다. 이를 제도로 막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 교수, 교직원이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누가 대신할 수 없는 일이다. 희생이 따르겠지만 누구도 나서지 않으면 이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다. 학원 민주화는 우리 사회에 바른소리를 내는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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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기자

    • 이승환 기자
  • 2017년 1월부터 언론노조 경남도민일보지부 일을 맡았습니다. 상담은 010-3593-5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