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이 진짜 '문화도시'가 되었으면 해요"

페이스북으로 지역 내 소식을 살피던 중 특이한 제목의 노래가 눈에 띄었다. 'We Love 창원'. 제목부터 창원이라는 지역명 언급되는 노래의 티저 영상이었다. '지역을 소개하는 노래를 누가, 어떻게 제작하게 됐을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곡의 제작자는 창원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조원상 원장. 실용음악학원 원장이 어쩌다 지역을 소개하는 노래를 만들게 됐을까 궁금해하던 중 'We Love 창원'의 음원이 등록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망설임 없이 조원상 원장에게 연락했다. '우리 지금 만나'자고.

폴 인 러브, 아내 따라 창원으로

갑작스레 만나자고 했지만, 연초 일정으로 만남이 성사된 건 연락하고 1주일 지나서다.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에서 '서울뮤직스쿨'이라는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는 조 원장은 경기도 안양 태생으로 인천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성인이 된 이후 쭉 서울에서 활동해온 음악가, 즉 '외지인'이었다. 경남과는 별다른 연이 없어 보이는 그가 창원에서 실용음악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것은 어찌 된 일일까.

"얘기하자면 긴데요. 결국 아내 때문에 창원에 내려왔습니다. 아내가 창원 사람이거든요. 결혼하자마자 내려왔으니 이제 곧 2년이 되겠네요. 2015년 1월 24일에 결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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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상 서울뮤직스쿨 원장. / 이종현 기자

서울에서 음악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부인. 창원에서 활동하는 부인과 서울에서 활동하는 그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만나는 원거리 연애를 하다가 결국 결혼했다고.

"20살 때 만났으니까 10년이 훌쩍 넘은 인연이네요. 이 과정에도 여러 우여곡절이 있어요. 쭉 만남을 이어온 게 아니라 중간에 헤어지기도 했고요. 언젠가 헤어지고 나서 5년 정도 연락을 안 하게 된 시기가 있어요. 헤어진 이후로도 계속 생각났죠. 그렇게 고민하다가 어느 날 문자를 보냈죠. '울산에 갈 일이 있는데, 밥이나 먹을까?' 하고요. 정말 뜬금없는 연락이었을 거예요. 답장이 올까 걱정했었는데 정말 쿨하게 '그래'라는 답이 왔어요. 근데 사실 이때 울산에 일이 없었거든요. 처음부터 작정하고 만나려고 한 거죠. 그렇게 만나서 '다시 시작하자'고 하니까 아내는 '멘붕' 상태에 빠졌어요. 5년 동안 연락도 없다가, 다시 시작하자고 하니… 제가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지만, 그래도 용케 다시 만나게 됐고 이제는 부부가 됐습니다. (웃음)"

실용음악학원, 서울뮤직스쿨

결혼 후 부인과 함께 있고 싶다며 창원으로 온 조 원장. 하지만 아무런 기반도 없이 창원에 온 만큼 고민이나 걱정도 많았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에 창원으로 왔지만, 사실 저의 음악적 기반은 모두 서울에 있었거든요. 창원에서는 아내 말곤 아는 사람 하나 없었어요. 여기서 뭘 할까, 하는 고민도 했죠. 그러다가 생각한 게 실용음악학원이에요. 창원에서 음악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서울에 있는 정보들을 공유하고, 최근의 트렌드를 알려주면 좋겠다 싶었어요. 다른 학원을 평가절하할 생각은 없어요. 모두 각자의 노하우와 철학으로 좋은 음악을 하시고, 가르치고 계시죠. 하지만 '입시' 같은 경우는 실력도 실력이지만 트렌드나 정보가 중요하거든요. 제가 쭉 서울에서 활동했고 지금도 매주 서울에 가서 음악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점은 강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학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자신의 음악 활동 또한 여전히 이어나갈 거라고 밝혔다. 실제 주에 한두 번 서울로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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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상 서울뮤직스쿨 원장. / 이종현 기자

"애초에 음악을 계속하고 싶어서 선택한 게 실용음악학원이에요. 아무런 기반도 없는 창원에 와서 음악을 하려다 보니, 지역에도 저의 음악적 네트워크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어요. 학생들과 소통하고, 지역에서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과 만나며 내실을 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최근 학원 상호가 바뀌었다. 초창기에는 '아트앤힐링 실용음악학원'이었는데, 지난해 말 '서울뮤직스쿨'로.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 물었다.

"아… 이것도 아내와 관련된 건데요. 아내가 창원에서 음악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있어요. '아트앤힐링 컨설팅'. 여기서 상호를 따온 게 '아트앤힐링 실용음악학원'이었죠. 실용음악과 음악치료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때는 막연히 이름을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하나 된 느낌? 이런 거요. (웃음) 그런데 종종 이름이 어렵다거나 하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조금 떨어지는, 분가하는 느낌으로 상호를 바꾸게 됐죠."

새로운 상호는 어떻게 정하게 된 걸까. '서울'. 무언가 이유가 있을 듯했다.

"일단 상호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뒤 이름을 고민했어요. 우선 저에게 있는 것이 무엇인지 돌아봤죠. 그랬더니 역시 지역의 차이가 있더라고요. 창원에 계신 분들에게 아직 저는 '같은 지역의 사람'이라기 보다는 '타지에서 온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한 거 같고요. 그래서 아예 상호에 '서울'을 넣었죠. 그리고 '스쿨'이라는 건, 보통 실용음악학원들은 중학생 정도는 되는 학생들부터 가르쳐요. 초등학생까지 커버하는 곳은 많지 않거든요. 저는 초등학생도 가르칠 수 있다는 걸 어필하기 위해 '학교'라는 의미의 '스쿨'을 넣었죠."

상호를 바꿨다고는 하나, 아직 곳곳에서 이전 상호의 흔적이 보였다. 학원의 간판이나 포털에 등록되어 있는 상호는 물론, 전해 받은 명함에도 '아트앤힐링 실용음악학원'이라고 되어 있었다.

"연말에 크리스마스 이야기라는 공연을 기획했는데요. 이게 너무 바쁘다 보니까 신경을 못 썼어요. 연초에도 일정이 있었고… 이제 고쳐야죠."

취미반과 입시반, 대중음악부터 클래식까지

최근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실용음악학원의 수요와 공급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용음악학원에 다녀보지 않는 사람 중 학원에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모르는 이들도 많을 듯해 실용음악학원에 대해 세세하게 물어봤다.

"실용음악이라는 것의 범위가 무척 넓어요. 지금 이 시대에 있는 음악 모두를 아우르죠. 때문에 학원 안에서도 여러 파트가 나뉩니다. 저희 학원의 경우 악기로는 재즈피아노, 베이스기타, 일렉기타, 어쿠스틱기타, 드럼, 바이올린, 플롯, 섹소폰 등의 파트가 있어요. 대중음악뿐만이 아니라 클래식 쪽으로도 수업하고 있죠. 이외에도 보컬이나 작곡, 그리고 미디(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 파트도 있고요."

다양한 파트를 가르치지만, 파트 이외에도 다른 분류법도 있다. 길거리의 실용음악학원 홍보물에서 종종 보던 '취미반'과 '입시반'. 취미반과 입시반의 차이는 무엇이고 어떻게 구성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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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상 원장의 베이스 솔로 앨범 <A Solo Flight>와 또 다른 앨범 <그리다>.

"취미반과 입시반의 구분이라… 가장 쉬운 구분법은 학원에 다니는 목적, 목표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취미반은 정말 '즐기기 위해'하는 거죠. 입시반은 전문적인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한 기초 단계, 대학 입시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찾죠. 취미반, 입시반과 달리 '전문가반'도 있어요. 실용음악 전공을 안 했거나, 전공을 하고 있지만, 보다 전문적으로 더 깊게 배우는 과정입니다."

학원생들이 많이 찾는 건 어느 쪽일까.

"실용음악학원을 하는 분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하실 텐데, 취미반의 경우 어쿠스틱 기타를 배우려는 분들이 많아요. 그다음으로 드럼과 보컬. 입시반은 보컬이 제일 많고, 일렉 기타도 꽤 있죠. 전문가 과정에서는 베이스나 미디 쪽이 많은데요. 지역에서는 미디를 가르치는 곳이 비교적 적은 것 같더라고요."

실용음악학원이 참 많다. 포털에 '창원 실용음악학원'을 검색했더니 50개가량 된다. 서울뮤직스쿨의 강점, 경쟁력은 무엇일까.

"저희 학원의 경우 취미반과 입시반의 강사가 달라요. 취미반은 지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 그리고 입시반은 서울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들. 취미반 강사가 입시반 강사보다 실력이 부족하다는 건 아니에요.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입시라는 건 최신 정보나 트렌드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런 면에서는 아무래도 서울에서 음악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거죠. 다른 학원에 비해 다양한 파트를 가르친다는 것도 강점 중 하나일까요?"

학원을 운영하면서 많이 들었을 법한 질문을 던졌다. '노래 잘 부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악기를 배우고 싶다, 어떤 악기를 추천하는가'.

"어려운 문젠데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우선 보컬의 경우는 독학하신다면 모창으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모창을 하다 보면 그 가수의 스타일이나 발성, 호흡 이런 걸 따라 하게 되거든요. 그러나 잘못된 습관으로 굳어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전문가의 레슨이 필요해요. 레슨을 통해서 보컬의 기본인 호흡법, 리듬감, 음정을 배우는 게 좋습니다. 저희뿐만 아니라 요즘 실용음악학원 참 많잖아요? 학원에 다니는 게 제일 빠른 길이라고 봐요.

악기도 개개인의 개성, 상황에 따라 다른데요. 만약 혼자 음악을 즐기고 싶은 분이라면 피아노를 추천해요. 아니면 기타 종류라든지. 베이스나 드럼, 바이올린 등은 다른 악기와 앙상블이 될 때 빛을 발하는 악기거든요. 독주만 하고 싶은데 드럼을 배우면… 나중에 연주하고 싶을 때 곤란하죠."

베이시스트 조원상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조원상 씨는 학원 원장임과 동시에 프로 베이시스트다. 가수들의 녹음에 참여하거나 라이브 콘서트에서 베이스 세션으로 활동, 뮤지컬도 3개 작품 정도 활동했다고 한다.

2015년 1월에 발매한 본인의 베이스 솔로 앨범 <A Solo Flight> 이후 앨범 제작에도 힘을 쏟고 있는 그. 그렇다면 그가 음악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어렸을 때부터 음악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또래 친구들이 피아노 학원에 갈 때, 저도 다녔던 정도? 그러다 아는 교회 형이 제 손을 보고 '베이스 쳐야 하는 손이다'라는 말에 넘어가서 중학교 3학년 때 베이스에 입문했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게 평생 직업이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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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상 원장이 기획하고 진행한 지난해 연말 ‘크리스마스 이야기’ 공연 기념사진.

음악에도 여러 가지 장르가 있다. 클래식이냐 재즈냐, 락이냐 발라드냐 등. 그가 연주하는 음악은 어떤 장르일까?

"베이스로 음악을 만들 때와 작곡, 편곡할 때가 다른 거 같아요. 베이스를 할 때는 퓨전 재즈, 스무스 재즈를 해요. 어떤 장르냐면… 대중들이 편안하게,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 와인바 같은 곳에서 나오는, 분위기 좋고 편안한 노래라고 하면 연상이 되려나요? 그리고 작곡이나 편곡을 할 때는 어느 스타일에 치중하는 건 없어요. 음악을 접하는 건 결국 대중이고, 대중이 들음으로서 음악이 제 가치를 발휘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대중의 취향에 따라 두루두루 작업하고 있어요."

프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는 그. 그에게 베이스는 어떤 악기일까.

"악기라는 건 결국 자신의 음악을 표현하는 도구에요. 저에겐 그게 베이스 기타였던 거죠. 물론 베이스 외에 피아노나 어쿠스틱 기타, 드럼, 보컬도 해요. 하지만 주로 사용하는 건 베이스니까요. 베이스는 리듬 악기이긴 하지만 화성악기와 리듬악기의 중간에 있어요. 피아노 쪽의 화성도 신경 써야 하고, 드럼과의 앙상블에도 신경 써야 하고. 어쩔 수 없이 다른 악기의 소리를 들어야 하는 악기다 보니 베이스를 연주하면 음악을 듣는 귀가 좋아질 수밖에 없어요. 다른 악기들이 어떻게 연주되고 있는가에 대한 관심도 많아지고요."

문득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은 성격이 좋다'는 말이 떠올랐다. 정말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은 성격이 좋을까?

"어느 정도 신빙성 있는 말이라고 봐요. (웃음) 밴드에서 드럼이 아버지 같은 느낌이라면, 베이스는 어머니 같은 느낌이거든요. 드럼이 이끌고, 베이스가 다독여주는. 저도 그렇지만 베이시스트들은 성격이 둥글둥글한 경우가 많아요."

K-pop과 오디션 프로그램

K팝의 성장에 아이돌을 빼놓을 수 없다. 한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들. 하지만 아이돌 그룹이 주도하는 국내 대중음악 시장이 지나치게 편향적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아이돌 문화를 안 좋게 생각하는 분들의 마음, 충분히 이해해요.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아이돌 문화가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요. 나쁜 건 아이돌 문화가 아니라 한국 음악 시장이죠. 한국의 대중음악 시장의 문제점은, 소비층이 굉장히 편향되어있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요즘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음악을 듣고 다운받는데, 50대 이후의 세대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접하는 세대가 아니에요. CD 구매는 물론 가수들의 공연장을 찾는 분들도 드물지요. 젊었을 때 음악을 하셨던 분들이면 관심을 갖고 음악을 찾으시겠지만, 대부분이 생업에 종사하시느라 그럴 여유도 없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러다 보니 음원을 구입하는 소비층이 젊은 세대인 10~40대에 분포되는 거죠."

그리고 이웃 나라인 일본과 한국 음악 시장의 차이점도 언급했다.

"가까운 일본은 우리나라와 상황이 참 다릅니다. 아이돌 음악뿐만 아니라 전혀 생각지 않는 장르의 뮤지션들 조차도 팬이 있고 공연도 활발하게 합니다. 소비층이 굉장히 두터워요. 10대부터 60~70대까지, 거의 전 연령대죠. 우리나라에 에릭 클랩튼(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인물)이 온다면 50세 이상의 분들이 공연장을 찾으실까요? 정말 적다고 생각합니다. 어른 세대에 문제가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에요. 어른 세대분들은 우리나라가 급격히 발전하는 과정에서 문화를 즐기지 못할 시대적 배경이 있었으니까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해요. 결국 이 문제는 시간이 흘러, 문화를 누리며 자라온 사람들이 많아진다면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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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상 서울뮤직스쿨 원장. / 이종현 기자

대중음악 시장의 문제점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를 아이돌 문화에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는 조 원장. 그는 지금의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과도기'라고 표현했다.

"아이돌 문화를 비판하기 전에 '왜 아이돌만 돈이 될까' 하는 물음을 던져야 해요. 지금의 현상은 아이돌 문화에 문제가 있다기보단,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시장이 발전하는 과도기 상태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근래에 멋진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요즘 음원사이트의 순위를 보면 아이돌 음악만 순위권에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 그리고 저마다의 음악들이 매력을 뽐내고 있죠. 저는 우리나라 음악 시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창원시를 홍보하는 곡, 'We Love 창원'

평소 음악에 대해, 실용음악학원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느라 2시간이 지났다. 결국 조원상 씨를 인터뷰하게 된 것은 결국 'We Love 창원'이라는 곡 덕분이다. 이 곡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원래는 전혀 구상하지 않던 곡이에요. 지난해 9월 무렵 경남문화예술진흥원에서 대중음악 활성을 위한 사업이 있었어요. 거기에 사업 계획서를 내고 통과되면 지원금이 나오는 건데요. 처음에는 생각이 없다가 아내가 알려줘서 참여했어요. 제 경력 등과 사업 계획서, PPT를 했죠. '창원을 알리는 음악을 만들겠다'는 내용이었는데, 이게 통과돼서 만든 곡이 'We Love 창원'이죠."

'We Love 창원'은 창원을 홍보하는 곡이라는 것 외에, 일반적인 시나 공기관의 홍보곡에 비해 훨씬 경쾌하고 트렌디한 느낌이다.

"제가 대중음악을 하는 음악가잖아요? 이왕 지원받고 곡을 만드는 거,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딱딱한 홍보곡보다는 가볍게, 재밌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창원, 마산, 진해를 잘 알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최근 창원광역시 승격에 힘 쏟고 있는데, 이것도 영향을 받았죠."

인터뷰 전만 하더라도 당연히 이 곡의 저작권이 창원시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창원시를 홍보하는 곡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왜 노래를 만들어놓고 안 써먹는 걸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다.

"공무원 분들이 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곡의 저작권이 저에게 있어서 그래요. (웃음) 사실 꼭 이런 형태의 창원 홍보곡을 만들 필요는 없었어요.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사업 의도는 대중음악 발전을 위한 사업이었기 때문에 저의 개인 앨범을 내도 상관없었어요. 하지만 공기관에서 지원받아 작업하는 거니까 당연히 창원을 알리는 노래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이 잡힌 건 아니지만, 공무원분들이 요청하신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생각이에요. 제 곡으로 창원을 알린다니, 좋잖아요?"

"지역 아티스트들과 공기관, 협력하고 노력해야"

앞으로도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이어갈 거라고 하는 그. 하지만 창원과 서울, 음악 활동을 하기 위한 여건이 다르다. 창원시는 '문화도시'임을 자처하고 있는데, 그가 보는 창원의 음악은 어떨지 물어봤다.

"음… 적어도 음악적인 면에서는 아직 문화도시라고 할 수준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음악을 위한 환경이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나."

의외의 대답이다. 공공기관의 지원 부족이나 시민들의 부진한 참여도 등을 지적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공공기관과 아티스트, 양쪽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 창원에서는 '공간'이 너무 부족해요. 거리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소규모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 등. 성산아트홀 같은 곳이 있기는 하죠. 하지만 이런 큰 시설은 인디뮤지션들이 활용하기에는 너무 커요. 돈도 많이 들고요. 민간에서 이런 무대, 공연장을 마련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공공기관이 이를 위한 기반, 환경 조성에 노력해줬으면 좋겠어요. 서울이 아니라 대구만 하더라도 창원보다 여건이 좋아요. 김광석 거리를 크게 키우잖아요. 인디 뮤지션들이 공연 홍보 잘하라고 현수막 걸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 주고요. 하지만 창원은 현수막을 걸 공간도 별로 없는데, 붙였다 하면 다 떼버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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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원상 서울뮤직스쿨 원장. / 이종현 기자

곧이어 아티스트들에 대한 쓴소리도 조심스레 꺼냈다.

"아티스트들에게도 조금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요즘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좋은 가수의 노래를 듣는 시대잖아요. 덕분에 음악을 듣는 대중은 서울이나 지역이나 큰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과연 서울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인디 뮤지션과 창원에서 거리 공연을 하는 인디 뮤지션의 수준이 같을까요? 물론 아티스트들의 수준이 떨어져서 생긴 현상만은 아닐 거예요. 음악 실력은 있어도 홍보가 안 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많고.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상황인데요.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해주면 좋겠지만, 그 이전에 아티스트들의 자구 노력도 필요하다고 봐요. 대중의 반응이 좋지 않다거나 하는 건 나중의 일이죠."

지역에서 음악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하는 조 원장. 안과 바깥을 모두 아는 그가 하는 쓴소리기에 더 와 닿는다. 그는 이후 개인 활동을 벗어나, 지역의 여러 사람과 팀을 꾸려 공연 문화를 이어나가겠다고 한다.

"지금은 어반레코즈라고 해서, 저와 함께할 아티스트들을 모으고 있어요.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기존의 곡을 커버해서 부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작곡으로 대중과 만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서울에는 이런 문화가 많이 형성되어 있는데, 경남에는 별로 없는 거 같더라고요. 지역에서 음악성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할 수 있는 아티스트들을 배출하는 게 당면과제죠. 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대중들과 호흡하며 음악을 해나가고자 합니다."

처음 기획했던 것보다 무거운 주제로 이어진 인터뷰. 끝으로 음악을 들을 대중들에게 전할 말을 부탁했다.

"그렇네요. 음… 요즘 분위기가 참 안 좋은데요. 이렇게 각박한 삶에 음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음악이라는 건 삶을 유연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봐요. 음악을 듣는 것도, 직접 하는 것도요. 음악을 배우고 싶은 분이 있다면, 혹은 함께 음악을 하고 싶으시다면 어려워 말고 문을 두드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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