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싱 부활, 이 주먹으로 이룰거예요"

제97회 전국체전 고등부 복싱 금메달리스트

"감독님, 중국 선수 보내버렸습니다."

복싱 주니어 국가대표 전지훈련으로 중국 심양을 다녀온 경남체고 복싱선수 배승현(1년)이 권송오 감독을 만나자마자 으스대며 말했다.

배승현은 지난해 열린 제97회 전국체전 고등부 복싱 미들급 금메달리스트다. 결승전에서 맞붙은 충북대표 박동현(충북체고 3년)과는 앞선 세 차례의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이날도 배승현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가며 1라운드를 내줬다.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오기가 치밀었다. 2, 3라운드 배승현은 정확한 스트레이트를 연달아 꽂아 넣으며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결과는 2-1 역전승. 배승현은 '3전 4기' 만에 같은 체급 최강자를 꺾고 감격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권 감독은 "힘과 체력을 타고났다. 게다가 운동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하다. 훈련과 실전에서 요령을 피우지 않고 자기 체력을 모두 쏟는 노력파"라고 제자를 평가했다.

"힘과 근성은 충분합니다. 기술만 더 갖춰지면 한국을 대표할 복서가 될 수도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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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승현 경남체고 복싱선수. / 강해중 기자

목표는 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Q. 복싱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양궁을 했어요. 운동을 좋아했고 제가 다니던 학교에 양궁부가 있어서 시작했죠. 그런데 성적도 안 나오고 흥미도 떨어져 그만뒀습니다. 당시에 키 160㎝에 몸무게가 80㎏이어서 살을 빼기 위해 복싱체육관에 다녔습니다. 복싱하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기도 했거든요. 한 달쯤 배우고 그만뒀는데 체육관 관장님과 알고 지낸 권 감독님이 복싱을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하셔서 시작했습니다."

Q. 부모님이 반대하지 않았었나요?

"제가 외동아들이다 보니 부모님이 반대하셨죠. 운동은 살 빼는 목적으로만 하라고. 그래서 처음에는 몰래 훈련을 했어요. 그러다 전지훈련을 가게 돼 어쩔 수 없이 부모님께 알려야 했죠. 감독님이 부모님께 전화해 설득하셨고, 저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려 결국 허락을 받아냈죠.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제가 출전하는 대회에 자주 오시지 못하지만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계십니다."

Q. 1학년임에도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요.

"제가 지는 걸 많이 싫어해요.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리려고 하죠. 처음 복싱을 시작했을 때 제 덩치의 반 정도밖에 안 되는 선수랑 스파링을 했는데 저는 한 대도 못 때렸어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복싱을 시작한 지 8개월 만에 참가한 첫 대회에서 우승을 했어요.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3개 대회(전국소년체전, 연맹회장배, 주니어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했는데 모두 우승했습니다. 고등학교 들어오고는 전국체전과 유스 국가대표 선발전, 러시아 사할린에서 열린 친선대회에서 우승했고요. 연맹회장배에서는 은메달, 체고 대항전에서는 동메달을 땄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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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승현 경남체고 복싱선수. / 강해중 기자

Q. 본인이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과 단점이 있나요?

"체력만큼은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연타 능력도 좋은 것 같아요. 제가 인파이터 스타일인데 20경기 가운데 14경기에서 KO승을 거뒀습니다. 단점은 경기 중에 흥분을 잘해요. 앞서 말했다시피 한 대 맞으면 두 대 때리려고 막 치고 들어가는 거. 그걸 고치고 싶어요."

Q. 복싱이 힘들지는 않습니까?

"순간 힘든 것이고, 어차피 힘든 스포츠잖아요. 남들보다 조금 더 열심히 하면 좋은 성적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스스로도 복싱이 재미있어요."

Q. 앞으로 목표는 뭔가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가 되는 것. 펀치력과 맷집에서 성인과 차이가 있지만 웨이트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서 꼭 고3 때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요. 먼저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 2년 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습니다. 우리나라가 올림픽 복싱에서 금메달을 딴 지 오래됐잖아요. (한국의 복싱 금메달리스트는 1984 LA올림픽 신준섭(미들급), 1988 서울올림픽 김광선(플라이급), 박시헌(라이트급) 3명이다) 제가 그 주인공이 돼 한국 복싱의 인기를 부활시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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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승현 경남체고 복싱선수. / 강해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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