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머물러 있는 설 비용·사고 등 부담 증가

명절 하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아마 '부모, 고향, 제사, 명절 증후군…'과 같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까?

아래 연합뉴스 기사를 보자.

"설 연휴 걱정을 묻자 여성 응답자는 음식·차례상 준비로 인한 가사노동과 귀성·귀경길 교통체증, 선물비용, 차례상비용, 교통사고, 명절음식으로 인한 체중증가, 친인척 잔소리 순으로 답했다. 남성 응답자도 귀성·귀경길 교통체증, 선물비용, 차례상비용, 음식·차례상 준비로 인한 가사노동, 교통사고, 명절음식으로 인한 체중증가, 친인척 잔소리 순이었다."

옛날 가난하던 시절에 설 명절은 배부르게 먹을 수 있는 날, 새옷이나 신발을 선물로 받고 세뱃돈을 받는 날이기에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다. 대가족제도, 농업사회가 지나고 알파고 시대를 맞았지만 아직도 변하지 않는 게 우리나라 명절 문화다. 2500년 전 공자 그리고 1000여 년 남송시대 주자네 가문에서 지내던 가례를 금과옥조로 떠받들어 흉내를 내는 제사상이며 계급사회의 양반들이 상민과의 차별을 위해 중국의 흉내를 내던 문화를 여과없이 답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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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떠올리는 명절 풍경./연합뉴스

전통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부모형제를 가까이서 만나지 못하고 헤어져 살던 가족들이 만나 정을 나누고 조상을 기리는 문화는 아름답고 소중하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어 집집마다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데… 왜 꼭 명절이어야 할까? 마음만 먹으면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는 거리를 온 가족이 고통을 당하면서 명절 때 만나야 할까? 명절문화를 고수하겠다는 것은 자본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

이름다운 전통문화는 가꾸고 다듬어야 한다. 그런데 명절이 다가오면 부모님 차례상에 올릴 제사음식을 상인들에게 맡기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차례를 지내는 축문에서부터 격식에 이르기까지 왜 1000년도 훨씬 더 지난 주자네 가문의 격식을 그대로 고수해야 양반후손의 체면이 서는가? 아니면 돌아가신 조상님이 나타나 꾸중이라도 하는가?

문화란 시대상황에 따라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농경사회의 문화, 계급사회의 문화가 알파고 시대에도 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돌아가신 부모를 잊지 않고 그분들의 삶을 반추해 본다거나 헤어져 살던 가족들과 만나는 아름다운 명절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여성들의 명절 중후군, 가족간의 불화 그리고 엄청난 에너지소비와 시간낭비를 모른 체하고 살아야 할까? 미풍양속이라는 이름으로 농경시대문화, 제사문화를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기만 할까? 시대의 흐름에 맞게 건강한 문화를 만드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의 몫이 아닐까?

/김용택 (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 chamstory.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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