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 선거권·노인 참정권 논의 분분
'바람직한 대통령·제도'고민해보길

설은 잘 쇠셨습니까? 아침에 일어나니 개운은 하십니까?

많은 분이 30일 대체휴무로 4일 연휴를 보냈으니 다른 해보다는 더 여유로운 고향 방문이었을 테지요. 오랜만에 가족 친지와 또는 친구들과 어울려 안부도 물어보고 덕담도 나누고 이런저런 얘기도 주고받았겠지요.

어쨌거나 보도매체들은 30일부터 '명절 민심'을 일제히 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경남권에서는 지난해 추석 때 이렇다 할 정치 관련 명절 민심이 없었다 보니 이번 설 여론 향배가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추석 때는 경주 지진으로 안전과 핵발전소 이슈가 여론을 독차지했지만, 올 설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 정치이슈가 있기에 정치인, 언론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시민사회부에서는 18세 투표권 부여라는, 주제를 좁혀서 민심을 들어봤습니다. 결과는 4면 보도를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나도 이제 스무 살이 되는 조카 두 명에게 물어봤더니 생각이 엇갈리더군요.

하나는 18살이면 충분히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이이며, 어른들도 잘못된 판단을 하면서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판단력도 미숙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습니다. 다른 하나는, 18살이면 대부분 고3 수험생인데 정치적 판단을 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얻고 심사숙고할 시간 여유를 갖기 어렵다며 투표권 부여는 옳지 않은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대화하면서 놀랐습니다. 찬반 의견보다는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면서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충분하더라는 겁니다.

친구들과 술자리에서는 더 놀랐습니다. 내 질문에 동문서답이라도 하듯이, 노인 참정권을 제한해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고, 참정권을 제한하는 선거법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극우단체들이 돈을 주고 동원한 집회를 연다는 보도 영향이었는지 노인들이 나라 망친다고 비분강개하는데, 선출직 정년제를 주장하는 표창원 국회의원이 겹쳐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선거법 얘기는 훨씬 구체적이었습니다. 자신이 특정 정치인을 좋아하고, 정책이 마음에 들어 도와주고 싶지만 선거운동원으로 등록하지 않고는 공개적인 지지활동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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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이번 설에 만난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분야는 정치였습니다.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이라는 경제상황인데도 국민 관심은 온통 정치에 쏠려있는 이런 정치 과잉이 바람직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어쨌거나 올해는 다음 대통령을 뽑는 큰 정치 이벤트가 있습니다. 5년 전 대선에서 한 선택으로 지금 우리가 겪는 고통을 되돌아본다면 더 많은 정치 대화를 해야 할 것입니다.

설에 만난 가족 친지와 주고받은 민심이 이제 일터로 삶터로 확산해 바람직한 대통령, 바람직한 제도를 찾는 고민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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