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로 자처하는 사람이 출마선언 다음에는 주변 사람들을 대동하고 엄숙한 모습으로 현충원을 비롯해 여러 곳을 찾는다. 내 생각으로는 그중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이 백령도와 천안함 침몰 장병 묘소다. 그러고는 휴전선 전방부대를 방문해 장병들을 격려하는 일이다. 그곳에서 안보가 가장 먼저라는 지도자의 메시지를 북에 알려야 한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돌아다니는 여정을 보면 걸핏하면 시장바닥에서(서민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척, 서민과 함께하는 것처럼) 벌이는 행태를 오랜 세월 지겹도록 보았다. 이런 가식적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는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 그런 모습이 소용없는 일은 아니지만, 잠깐의 보여주기에 그칠 뿐 그곳을 벗어나면 그뿐이다. 수많은 위정자가 다녀갔어도 정작 그곳 서민들의 형편이 한 번도 나아지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일의 순서를 제대로 안다는 건 지도자 될 사람의 안목이다. 그러나 자신이 그렇지 못하다면 다른 사람들이 만든 길을 뒤따라가는 고만고만한 사람들과 하나 다를 것이 없다. 나는 대통령을 하려는 사람만큼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았으면 싶다.

그나저나 대선 후보자들이 군대 복무 기간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지 않았으면 싶다. 그들이 왜 선거 때만 되면 그런 소리를 하는지 이제 알만 한 사람은 다 안다. 이런 일만큼은 국민에게 백번을 물어 결정해야 할 일이다. 적어도 대통령이 될 사람의 말은 천금의 무게를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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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방법으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올바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사랑하지 못한다. 대한민국의 남자로 태어나 정당한 방법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사람은 누구도 지도자 될 자격이 없다. 보온밥통을 들고 포탄 탄피라고 말하는 지도자, 군대 급식소에서 식판으로 자기가 먹을 밥조차 제대로 담을 수 없는 지도자가 국민을 다스린다면, 그 사회는 절대로 정의가 바로 설 수 없다. 진심으로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비 올 때 우산을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비 맞는 사람이라고 했다. 국민이 비 맞을 때 과연 그들이 함께 비 맞으려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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