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인이다]분권, 기초의회 바로 세우기부터 (5) 하동군의회
시민단체 방청 불허해 법적다툼…의정활동 낙제점
전문성 강화 방안 마련·주민참여 제도 구축 '과제'

작년 한 해 하동군의회는 지역 시민단체와 갈등으로 시끄러웠다. 갈등의 불씨를 제공한 근본적인 배경에는 하동군의회가 있다. 민의 대변기관인 기초의회가 본연의 자세를 잊은 채 군민 위에 군림하는 듯한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군민과 소통하고 민의를 살피는 것은 군의원의 기본 의무이자 책무지만 군의회가 소통보다는 불통을 선택해 스스로 위상을 떨어트렸다는 것이다.

군의회와 하동지역 시민단체인 하동참여자치연대 간 갈등은 지난해 7월 행정사무감사 때부터다.

하동참여자치연대는 지난해 7월 의정모니터단을 구성하고 군의원 의정 활동을 감시하는 활동에 들어갔다. 하지만, 군의회는 상임위원회 방청 불가로 사실상 의정모니터단 활동을 거부했고, 하동참여자치연대가 강하게 항의하자 방청을 허가했다.

이후 하동참여자치연대는 군의원 의정 활동 결과를 내놨는데 낙제점일 정도로 참담했다.

지난해 11월 새해 하동군 예산을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앞두고도 똑같은 일이 반복됐다. 군의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방청을 특별한 이유도 없이 허락하지 않아 물의를 빚은 것이다.

지방자치법에 따라 군의회 발의나 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방청을 불허했는데 사실상 관련법을 위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지난해 11월 하동군의회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방청을 불허하자 하동참여자치연대가 항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경남도민일보 DB

군의회는 방청 불허 이유로 회의 장소 협소, 개인 정보 유출, 의회 내 TV로 방청할 수 있도록 조치 등을 내세웠는데 궁색해 보였다.

군의회가 방청 불허를 고수하자 하동참여자치연대는 법적 대응으로 맞섰다. 군의원 전원을 직권남용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데 이어 창원지방법원에 방청불허처분 취소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이다.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받아들여져 당시 임시로 방청이 허용됐고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히 양측이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김모 군의원이 타인 명의로 건설사를 운영하며 관급 공사를 따낸 혐의로 불구속 입건된 사실도 드러나면서 군의회의 위상이 더욱 실추됐다.

다음은 의정모니터단을 이끄는 하동참여자치연대 강진석 대표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 의정모니터단 구성 배경은.

"의회가 바뀌면 하동이 바뀔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전국 곳곳에서 지방의원 비리와 탈법으로 기초의회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지방의회는 풀뿌리민주주의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이다. 하동군의회도 행정에 대한 비판과 견제, 생산적 대안제시 등 의회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지만 주민들 스스로 참여를 통해 의회를 주민들 곁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 군의회가 의정모니터단의 상임위원회 방청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지금도 방청불허와 관련된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하동군의회는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내세워 주민들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주민은 소송비용을 아끼려고 '나 홀로 소송'을 하고 있는데, 하동군의회는 주민 세금을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가로막는 데 쓰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주민들 손으로 선출한 의원들의 회의를 주민들이 자유롭게 지켜보지 못한다면 민주주의는 없다. 하동군의회는 장소 협소, 질서 유지 등을 방청거부 이유로 들고 있지만 사실은 주민들이 지켜보는 것이 부담스럽고 평가당하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 의원들 의정활동을 모니터한 결과는.

"한마디로 낙제점이었다.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의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역 현안 사업에 대한 치밀한 분석이나 주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행정사무감사에서 하동군의원들이 의정모니터단으로부터 받았던 평점은 53.5점에 지나지 않았다. 사전준비가 부족해 중복 질의와 형식적 답변으로 부실한 감사를 진행하거나 10명 중 3명 의원만 남아 감사를 진행하는 등 성실성에도 문제가 많았다. 행정의 권한 남용, 예산 낭비 사례 등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의원들의 모습을 기대했던 주민들은 큰 실망을 느꼈다."

- 군의회가 제 역할을 하고자 가장 필요한 점은.

"첫째는 의원을 잘 뽑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정당이나 혈연, 연고가 의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된다면 그렇게 선출된 의원이 주민들의 대변자로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는 없다. 정책이 후보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 돼야 한다.

둘째로는 의원들의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 의원들의 개별적인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정책보좌관제 도입, 의회 사무처의 독립, 체계적 의원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셋째로는 일상적으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함께 군정을 감시하며 대안을 만들어 나가는 '의정참여단' 구성 등 지방의회에서도 주민참여제도를 구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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