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국 광역지자체 중에서 경남·서울·대구·경기도에서만 아파트 종합감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14년부터 아파트 감사를 해 온 경남도는 아파트 회계관리와 관리비 집행의 투명성 확보 측면에서 일정 정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집합주택인 아파트는 관리비 결정과 집행의 투명성 문제를 둘러싸고 주민분쟁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있는 갈등의 주요 고리이다. 경남 도내에서 전체 주택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아파트 중에서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상 회계감사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단지는 955곳이다. 하지만 아파트 주민자치 운영위원회가 감사를 하더라도 그 형식과 내용이나 결과를 둘러싸고 갈등이 일어날 개연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개별 아파트마다 사정과 조건이 다른 현실 탓에 감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둘러싸고 분쟁이 벌어질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을 막으려면 관리비 과다징수와 부당사용에 대해서 입주민이 항상 감시하고 감독할 수 있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갈등이나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면서 건물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관청의 적극적인 개입과 노력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즉, 주민자치라는 이상적인 가치를 내세우면서 행정관청을 적대시하기보다 오히려 행정관청이 아파트 단지의 특수성을 반영해 몇 개의 관리 표준을 제시하면서 공동주택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게 옳다. 게다가 전문적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주민자치 운영위에 모든 걸 일임하기보다 행정관청이 행정서비스의 하나로 아파트 관리의 표준모형을 제시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준다면, 주민자치는 다른 사안에 집중하면서 좀 더 효율적으로 집행될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아파트라는 공동주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려면 참여주체의 자발적 각성이나 의식적인 노력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주민자치 운영위의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한계를 행정관청이 일정 정도 덮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필요하다.

행정관청이 지역민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이나 분쟁을 사후적으로만 처리하는 태도는 일종의 행정적 무능을 자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오히려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고 예방하면서 주민자치에 도움이 되는 행위를 도모하는 건 지방자치제와도 부합되는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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