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주모 대표이사

주주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설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다들 28일 너그러운 덕담과 풍성한 식탁을 기다리고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바람이 찹니다. 날씨도 날씨거니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내우외환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힘들다'는 말로 이 상황을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그저께 거제에 들렀더니 조선산업에 종사하던 인구 중 절반이 '밑바닥'을 경험하고 있다더군요!

누구라 할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왜 이런 상황이 전개되는 걸까요? 수많은 원인이 있겠지만 저는 한국사회를 이끄는(?) 엘리트들에게서 '진짜 까닭'을 발견합니다. 엘리트는 사전적 정의로 '어떤 사회에서 우수한 능력이 있거나 높은 지위에 올라 지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을 일컫습니다.

우수한 능력은 상당 부분 선천적입니다. 물론 '가난한 사람들이 모조리 개천에 갇혀 있는' 구조적 요인을 간과할 순 없지만, 지능은 유전적 요인에 크게 좌우됩니다. 따라서 엘리트들이 우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부인하진 않겠습니다.

높은 지위 또한 그들이 애쓴 결과로 성취했다고 믿고 싶습니다. '공정한 룰'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대다수 엘리트는 우수한 능력에 상응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여기고 싶습니다.

제가 진짜 따져볼 것은 '지도적 역할'이라는 대목입니다. 지금 온 국민은 언론을 통해 무더기로 드러나는 '엘리트 대란(大亂)'을 매일 생중계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유린하고 사복을 채우는 행위가 지도적 역할이라면 시쳇말로 '참새도 봉황'입니다. 아니 '똥도 된장'입니다.

이제 우리 마음속에 잠재된 고전적 엘리트론은 폐기해야 합니다. 그들은 엘리트가 아니라 거머리에 불과합니다. 대우조선이 망가지고 포스코가 비틀거리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업에 빨대를 꽂고 있던 거머리들 때문입니다. 높은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기업을 비틀거리게 한 그들에게 엘리트란 왕관을 씌워주는 건 언어도단입니다. 이제 더 이상 '찬란한 스펙'이란 속임수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면후심흑(面厚心黑, 줄여서 厚黑, 즉 얼굴이 두껍고 마음이 검은)론을 제창한 청나라 학자 리쭝우는 정치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후흑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치란 도덕과 윤리로 재단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후흑학에 깔려 있는 본질은 그런 기술도 반드시 치국(治國)과 구국(救國)을 위해서만 허용된다는 것입니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같은 이름을 곱씹어 봅니다. 이들이 현란하게 구사하던 후흑과 외적 성취를 부러워했을 사람들이 많았을 듯합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치국이나 구국은커녕 가까이 못 할 악취만 가득합니다.

서울 무대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역에서도 잿밥에만 몰두하는 서울 거머리들을 엘리트로 오해하고, 때만 되면 그들에게 비단 카펫을 깔아주는 일이 얼마나 많았습니까? 그 결과는 구구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주주 독자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입니다.

경남도민일보는 창간 이후 변함없이 지역 지킴이들과 발걸음을 함께 해 왔습니다. 묵묵히 자기 일에 헌신하면서 개인적 성취를 지역사회와 나누는 그들이야말로 진짜 엘리트이자 '큰 바위 얼굴'입니다.

주주 독자 여러분! 한국사회를 통째로 바꿀 대격변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 틈을 타 또다시 거머리들이 준동할 것입니다. 출세 지상주의에 매몰된, 그리하여 종국에는 우리를 배반할 그 논리를 내세우면서 말입니다. 이제 더 이상 이런 거짓 선동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다들 눈을 부릅떠야 합니다. 경남도민일보가 그 중심에 서겠습니다.

날이 찹니다. 삶은 항상 고달프다고 다들 말합니다. 그렇지만 설을 맞아 올 한 해 주주 독자 여러분 집에서만큼은 기쁨과 웃음이 충만한 '기적'이 일어나길 기원해봅니다. 내내 건승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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