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부정입학 교감·생활기록부 파행…대학 진학률 집착으로 드러난 병폐

교육 분야를 담당하다 보니 학교의 '민낯'을 볼 때가 잦다. 학교 구성원이 열의로 학교를 바꿔가고 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접할 때도 있지만,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상상 이상인 민낯을 보고선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할 때도 있다.

지난주 도교육청은 도내 모 사립학교 교감이 저지른 입시 전횡을 적발했다고 보도자료까지 내며 대대적으로 알렸다. 좋은 일도 아니고, 궂은 일을 굳이 1년이나 지난 비위 사실을 그것도 교육청 스스로 까발린 데는 해당 학교뿐 아니라 다른 학교에도 경종을 울리겠다는 교육감의 결단인 듯싶다.

청렴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운 진보 교육감 취임 이후에도 경남 교육 현장은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객관적인 지표인 청렴도 조사에서도 경남교육청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교감이 딸을 소위 말하는 지역 명문고에 입학시키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등 온갖 편법을 저질렀고, 이 과정에서 학교 관계자와 다른 학교 교장까지 공모했다는 게 핵심이다.

이 학교는 소위 잘나가는 명문고다. 도내 고교 중 4년제 대학 진학률로만 따지면 최상위에 들고, 입학만 하면 'in 서울'이 보장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학업성취도 면에서도 전국 상위권에 드는 학교다. 자신이 근무하는 이 학교에 딸을 입학시키고자 했던 아버지의 어긋난 욕심을 빗대 한 언론에서는 '빗나간 父情(부정)이 낳은 不正(부정)'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얼마 전 학교생활기록부 내용을 학생들에게 직접 기재토록 해 물의를 일으킨 학교도 지역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명문고다. 이 학교는 최근까지 홈페이지에 서울대를 비롯한 명문대 진학에 성공한 학생과 학교, 학과 이름을 팝업창에 띄워놓기도 했다. 학교 관계자는 "과한 욕심으로 화를 자초했다"고 실토하기도 했다.

명문고에 딸을 입학시키려 한 교감과 대학진학률을 높이려 교사들이 기재해야 하는 학생부에 학생 손을 거치게 한 두 학교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고다. 학교를 명문고로 만들려는 노력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학교 구성원뿐 아니라 지역사회가 나서 인구유출을 막고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명문고 육성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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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사학엔 명문고는 타이틀이 아닌 생존 문제여서 이런 잡음이 잦을 수밖에 없다. 애초 칼럼 제목을 '사학의 민낯'으로 정했지만, 사학만 치죄하는 것은 공평치 않다는 판단에서 제목을 수정했다. 대학 진학률에 따라 학교 순위를 매기고 '명문고'라는 타이틀을 준 우리 사회 모두가 공범이기 때문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두 사건은 교육 현장의 민얼굴을 그대로 드러내며 교육계 병폐가 넓고 깊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줬다.

앞으로 학교 현장에서 벌어지는 어떠한 부조리도 선처 없이 엄벌하겠다고 공언한 도교육청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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