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 재소자 출퇴근 남은 형기 보내…'범죄자도 사람' 존중 사회 부러워

"행복지수 1위 나라 덴마크는 감옥의 재소자들도 생기발랄하더라. 그런데 왜 대한민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다들 생기를 잃고 비실비실해지는 걸까? 무엇이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학교가 감옥보다 못해서야 되겠는가?"

덴마크의 수비수거드 주립교도소를 방문할 때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의 저자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다.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자연 속에 자리 잡은 교도소. 들어서는 입구는 대문과 담장이 가로막고 있지만, 막상 안으로 들어가 보니 담장도 철조망도 없는 평화로운 수도원 같은 분위기였다. 덴마크의 '열린 감옥' 시스템을 본 것이다. 재소자들은 집에서 교도소로 출퇴근하기도 하고 개별적으로 컴퓨터를 활용할 수도 있다. 한 명씩 사용하는 각자의 방에는 침대, 책상, 노트북, 냉장고 등이 있는 아주 작은 오피스텔 같았다. 가족들 사진이 벽면 가득 붙여져 있고, 바깥세상과 일상으로 소통하는 흔적이 구석구석 그대로 보였다.

우리를 2시간 가까이 안내했던 남자 재소자는 마약밀거래로 12년 형을 받고 5년째 수감 중이었다. 처음 3년은 '닫힌 감옥'에서 지내다가 모범수로 인정되어 지난 2년 동안 이곳 '열린 감옥'으로 옮겨와 새로운 일을 배운다고 했다. 내년부터는 직장을 가지고 좀 더 자유롭게 집에서 출퇴근하며 남은 형기를 보내고 싶다고 했다.

팔뚝의 문신, 백호친 머리, 엄청난 덩치만 보면 무서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우리를 안내하며 질문에 답변할 때마다 생긋이 웃음을 보였는데, 그 순간 그의 눈빛은 맑고 선량해 보였다. 그냥 한 사람의 남자요, 한 여자의 남편이요, 두 아이의 아빠였다. 가슴이 찡해왔다. 아, 범죄자도 사람이구나! 범죄자도 인간이구나!

덴마크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히는 이유를 여러 측면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나는 '열린 감옥' 제도를 운영하는 것 하나만 보아도 금방 눈치 챌 수 있었다. 비록 어쩌다가 죄를 지어도 한 사람 한 사람의 변화 가능성을 끝까지 믿어주고 기다려주는 사회.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의지를 서로서로 최대한 존중하며 '함께 사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는 사회. 이런 사회가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 세상에 이런 나라도 있구나. 그렇다. 얼마든지 이런 나라도 가능하구나. 그런데 왜 우리나라 학생들은 죄수들보다도 못하단 말인가? 아니다. 이건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되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되었을까?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서 머무는 일주일 동안 내내 나는 아직도 '닫힌 감옥' 같은 대한민국의 학교와 사회와 일터를 상상하며 마음이 울적했다. 그들이 마냥 부러워서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거린 말. "에이 씨,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사실, 이 말은 오연호 대표가 책 제목을 고민할 때, 그 당시 입시공부에 찌들어있던 고등학생 아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책 제목을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라고 정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 7만 권 이상 팔릴 정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뿐인가, 그는 지난 2년 동안 전국을 돌며 "우리 안의 덴마크를 찾자!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고 외치며 600회가 넘는 강연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꿈틀꿈틀'하게 만들었다. 더 나아가 그는 '우리 안의 행복'을 찾기 위해 강화도에 '꿈틀리인생학교'도 열고, '꿈틀버스'로 국내를 돌고, '꿈틀비행기'로 덴마크를 넘나들며 '행복전도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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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의 책과 강연에 매료되어 이번에 '꿈틀비행기 7호'를 타고 덴마크를 다녀왔다. 그래, 이젠 우리도 행복할 수 있다. 꿈틀꿈틀 힘내자,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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