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고기 다룬 노하우로, 한우 특수부위 저온 숙성
육즙 가득한 부드러운 질감…포도주 즐기는 젊은층 찾아

꽤 오래됐음 직한 허름한 건물 사이에 조금 달라 보이는 간판이 눈에 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고깃집'이다.

입구에는 와인병도 주르륵 세워뒀다. 입구에 들어서서 보니 소고깃집이다.

벽 한쪽에 소 그림을 그려두고, 부위별로 이름을 적어 놨다. 테이블 5개로 공간이 꽉 찼다. 난로 위에 물주전자가 끓고 있다. 이 가게는 김진효(34) 대표가 지난 11월부터 운영 중이다.

지난 2009년부터 돼지갈빗집을 하다, 최근에 가게를 새롭게 고치고 메뉴도 돼지고기에서 소고기로 바꿨다.

찾는 날마다 부위가 다른 모듬구이./이서후 기자

김 대표는 3대째 소고깃집을 운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1959년에 할머니가 처음 소갈빗집을 시작했다. 그러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어받아서 가게를 계속 하고 있다. 처음에는 마산역 쪽에서 하시다 이쪽으로 온 지도 40년 이상 됐다. 저도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여기서 고깃집을 열었다. 3대에 걸쳐 60년 정도 소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고깃집'이라는 가게 이름에 '할매 갈비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었다. 옆 건물에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가 '북마산 할매 갈비'다.

가게를 둘러보니 와인이 진열돼 있다. 소고기 구이집에 와인이 어색한 듯하면서도 태연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소고기 구이와 와인의 만남은 김 대표가 와인을 좋아하면서 탄생하게 됐다.

그는 "소고기 구이와 와인이 꽤 잘 어울리는데, 사실 함께 파는 곳이 잘 없다. 그래서 시도해 보게 됐다"며 미소 지었다. 와인이 좋아서 홀로 와인을 공부하는 중이라고 했다.

메뉴는 단출하다. 13가지 한우 특수 부위를 저온숙성한 모듬구이를 소(小), 중(中), 대(大) 양에 따라 고르는 것이 주 메뉴다.

옛날식 양념소갈비도 판매하는데, 이 메뉴는 옆집 부모님 가게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사이드 메뉴로 구이용 임실 할루미 치즈, 차돌박이·갈빗대 된장찌개, 함흥식 물·비빔냉면이 있다.

하나씩 맛볼 차례. 모듬구이는 그날그날 다르게 제공된다.

방문한 날은 제비추리, 차돌박이, 부챗살이 나왔다. 김해 주촌에서 잡은 한우고기를 10∼15일 숙성해서 내놓는다.

가게 입구에 와인이 가득한 모습./이서후 기자

상차림이 깔끔하다. 메추리알 조림, 백김치, 톳나물, 치커리 겉절이 등의 밑반찬에다 고기와 함께 구울 버섯, 호박, 마늘, 가지 등이 놓였다. 고기 소스도 돌로 된 접시에 소금, 고추냉이, 홀그레인머스터드가 담겼다.

석쇠 판 가장자리에 버섯을 둥글게 깔고, 소고기를 한 점씩 구워서 맛봤다. 불향이 깃든 소고기가 부드럽게 씹혔다.

김 대표의 추천으로 '산타 캐롤리나 에스텔라 카버네 소비뇽' 와인을 택해서 고기와 곁들여서 마셨다. 칠레산 적포도주가 달지 않고 묵직해 고기와 제법 어울렸다.

와인은 이외에도 아르헨티나산 '트라피체 멜로디아스 말벡', 프랑스산 '송브루 메를로' 등이 있었다. 모두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고 했다.

옛날식 양념소갈비는 불향기가 깊이 밴 데다 달콤함이 더해졌다. 수십 년간 쌓인 소갈비 비법이 응축된 느낌이다. 간장을 기본으로 해서 과일 등을 넣고 숙성한 소스로 만들었다고 했다.

된장은 갈빗대, 갈비, 미더덕 등을 넣고 만든 된장 육수에 차돌박이 등을 넣어서 고기와 함께 맛볼 수 있다.

적은 인원이 조용하게 와인을 곁들여서 소고기 구이를 맛볼 수 있는 이곳은 20∼30대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많은 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젊은 감수성에 맞춰서 가게를 꾸몄다. 아직 완성형이 아니라 계속해서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소고기와 와인을 친숙하게 접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전했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모듬구이 소(150g) 3만 원, 중(300g) 6만 원, 대(500g) 10만 원 △옛날식 양념소갈비 1대 140g 1만 원 △차돌박이·갈빗대 된장찌개 3000원 △와인 3만 원.

◇위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교방천남길 194.

◇전화: 055-223-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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