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로 문화 막은 창조(?) 정권…족쇄 풀고 담대하게 나설 문체부 기대

산업경제 중심의 부가가치가 문화 중심의 부가가치로 바뀌어 가는 시대에 '문화계 블랙리스트'나 작성하는 창조적(?) 정권을 만난 예술인들은 자괴감이 크다. 블랙홀이 되어버린 대통령 탄핵·특검 정국을 보면 "거짓말쟁이 대통령!"을 둔 박복한 국민이 애련하다. 혼돈의 국내외 정세는 무능한 리더십의 구한말 한반도처럼 내우외환이 닮았다.

무력감과 분노 속에서도 내일을 꿈꾸어야 하는 게 문화기획자.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국 배치와 위안부 소녀상 등으로 불화하는 이웃, 한국·중국·일본의 정치적 문제를 전지적 시점으로 예술로 풀어보는 '문화 삼국지' 상상을 한다.

한·중·일의 동아시아 삼국은 옛날부터 2000년에 걸쳐 한문이라는 기술 언어와 유교·불교·도교의 세 종교, 그리고 그것과 어울리는 문화를 공유해 왔다. 3국의 매력적 동질성 공감이라는 '같음'과 지적 호기심으로 고유성과 다양성의 '다름'이 지속발전해 왔다.

서양인의 시각으로 보면 3국은 동양적이라는 한 묶음으로 보이지만 지역 정체성과 차별화로 충돌하고 융화된 독자성이 존재한다. "분화의지가 강한 서양은 자율문화, 동화의지가 강한 중국은 융합문화, 응축의지가 강한 일본은 조직문화, 그리고 접화의지가 강한 한국은 혼합문화가 발달했다"는 문화비평가의 주장에 공감한다.

분화의지에 입각한 서양미학은 '미추분리'를, 동화의지에 입각한 중국미학은 '천인합일', 응축의지에 입각한 일본미학은 '물아일체', 그리고 접화의지에 입각한 한국미학은 '신인묘합'을 미적 이상으로 삼고 있다. 자신을 중심으로 확장해 나가고자 하는 중국의 동화 문화가 중심주의를 지향하고, 하나의 유기적 조직체계로 고착시키려는 일본의 응축 문화가 완벽주의를 지향한다면, 한국의 접화 문화는 대립하는 이질성이 보존되는 상극의 어울림으로 혼합주의를 지향한다.

각 민족의 미학으로 그 민족의 문화예술을 볼 때 참다운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 한·중·일은 자신들의 문화의지에 의해 차별화된 건강한 문화를 생산해야 한다. 그러면 문화의 다양성을 회복하여 서구인의 시각으로 유린당하고 고착화·획일화된 문화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고유의 문화들이 사라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상호 간의 미적 가치를 존중하고 상생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은 이 시대의 중요한 과제이다.

10여 년 전, 한·중·일 문화장관회의를 열어 동아시아 문화융성시대를 열기 위한 '광주 공동합의문'을 작성했었다.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의 '공생'이라는 동아시아적 가치를 공유하고, '문화교류와 융합', '상대문화의 존중과 향유의 정신'을 이어받아 다가올 동아시아 문화교류 협력시대를 준비하고 3국의 문화융성 실현에 노력하기로 했다. 작년에는 한·중·일 문화장관회의 때, '문화올림픽' 협력 담은 제주선언문을 채택, 한·중·일 문화발전을 위한 비전을 구현하고 이행을 강화하기로 했다.

외교적 수사학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실행이 중요하다. "문화예술이 권력의 액세서리!"라는 태생적 족쇄를 풀고 담대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영혼이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를 기대한다. 21세기는 문화적 힘이 한 나라의 수준과 품격을 결정하고, 그 어느 때보다도 문화적 교류와 협력이 중시되는 문화의 시대이다. '철학적 상상력, 예술적 상상력, 역사적 상상력의 융합'을 포용하는 진정한 문체부로 다시 태어나, 피 흘리지 않는 문화전쟁(?)에 든든한 지원군으로 예술행정의 근본인 '팔 길이의 원칙'을 실천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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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획일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고별 연설이 큰 울림으로 묵직하게 다가오는 대한민국 현실. 백 없이 창의와 열정으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코리아 아티스트에게 미국 유명 영화배우의 육성도 전한다. "마음이 아프다면 그것을 예술로 만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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