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시루봉 등산로 입구, 80살 나무 등 370그루 벌목…시 "주차공간 민원 때문"

환경수도를 표방하는 창원시가 아름드리 소나무를 베어내고 콘크리트 주차장 조성공사를 벌이고 있다.

진해구 자은동 자은초교 옆 시루봉 등산로 입구 산비탈에 나무들이 모두 잘려나갔다. 7730㎡ 터에 베어진 나무는 소나무 125그루를 비롯해 편백·신갈·벚나무 등 모두 370그루에 달한다.

23일 찾은 공사현장에서는 잘린 나무 파쇄공정이 진행 중이었다. 군데군데 남은 나무 밑동만 봐도 울창한 숲이었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었다.

큰 소나무 밑동은 지름이 70㎝나 됐다. 산림전문가는 이 정도 크기면 80년 정도 자란 나무라고 했다.

등산을 다녀오던 한 주민(46)은 "나무 수령이 오래된 게 많았는데 이렇게 베어버리는 것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23일 찾은 공사현장에서는 잘린 나무 파쇄공정이 진행 중이었다. 군데군데 남은 나무 밑동만 봐도 울창한 숲이었던 모습을 가늠할 수 있었다. 큰 소나무 밑동은 지름이 70㎝나 됐다. /표세호 기자

창원시 진해구청은 16억 원을 들여 141대 공영주차장을 닦는 공사를 지난해 12월 시작했다.

경제교통과 공사담당자는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를 하면서 나무를 살리는 방법을 찾아봤지만 소나무는 재선충 구역이라 반출이 안 돼 이식도 할 수 없었다. 문화재 발굴조사를 하면 나무를 다 베어내어야 한다"고 말했다. 잘라낸 나무를 모두 파쇄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낙동강청과 협의하면서 살아남은 나무는 도로와 가까운 쪽 소나무 5그루뿐이다.

진해구청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서는 자은3지구와 풍호동 간 4차로 도로가 생기는데 그 도로 높이에 맞춰 산비탈을 깎아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환경수도 창원시가 한쪽에서는 도심녹지를 확충하는 정책을 펴고, 다른 쪽에서는 멀쩡한 숲을 없애버린다는 점이다. 손발이 따로 노는 셈이다.

창원시는 진해 시루봉 등산로 주차장 이외에도 지난해 마산합포구 청량산 입구에 녹지를 없애고 40면 규모 주차장을 닦았다.

또 마산회원구 봉암수원지 입구 8700㎡에는 105면 규모 주차장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는 숲을 없애고 주차장을 만드는 데 대해 주민들 '숙원사업' 탓으로 돌렸다.

창원은 도심 열섬현상이 심한 곳으로 꼽힌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공원도 많고, 녹지율도 높은데 지난여름 뜨거운 도시로 지목된 데 대해 도심녹지 확충, 예산 지원, 공원관리 공무원 증원 등을 제시하며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종합대책을 주문하기도 했었다.

이영호 환경녹지국장은 "유원지를 활성화하려면 주차장이 필요하고, 시루봉 주차장 건은 인근 학교에서 등산객이 차를 대고 간다고 민원을 많이 제기했다. 고육지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완충녹지, 학교 등 나무 심을 공간만 있으면 나무를 심는다. 매년 '100만 그루 나무심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산림전문가 박정기 씨는 일관성 없는 창원시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도시 열섬화 완화에 중점을 둔다고 해놓고 거꾸로 가는 것 같다"며 "녹지 없애가면서 주차장 만든다는 것은 도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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