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 청춘 예찬]
고1 때 공연보고 매력에 푹…늦게 배운탓에 눈물 쏟기도
겸손함·강한 의지로 연습…전수생 중 장학생으로 뽑혀

가곡 중 하나인 '이삭대엽'은 1분 20정이다. 1박이 3초다. 느리면서, 깊이를 헤아리기 힘든 음악이 가곡이다. 김참이(24) 씨는 가곡 전수장학생이다. 차분하면서도 깊이 있게 가곡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가곡과 똑 닮았다.

부모님은 그에게 음악과 친구가 되길 바랐다. 자신도 음악을 즐겼다. 초등·중학생 때는 합창을 했다. 이때까지는 취미에 가까운 활동이었다.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30호 가곡 예능보유자 영송당 조순자 명인 노래를 듣기 전까지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가족과 성산아트홀에서 공연을 봤어요. 여러 음악을 접할 수 있는 공연이었는데, 이때 조순자 선생님이 부르는 가곡을 처음 접했어요. 관현악 반주가 앉자 청아한 목소리로 노래가 시작되는데 신비롭게 들렸어요. 그때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가곡 전수장학생 김참이 씨가 가곡의 매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가족은 걱정이 앞섰다. 대부분 초등학생 때 배움을 시작하는데, 그에 비해 김 씨는 늦게 시작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김 씨는 이미 가곡에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긴 상태였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지만 아픔은 컸다. 자신보다 어리지만 경험에서 앞선 이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난 왜 안 될까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이제 울지는 않지만,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은 똑같아요. 늦게 시작한 만큼 열심히 해야죠."

겸손한 마음과 강한 의지가 돋보였던 걸까. 김 씨는 전수생 가운데 전수장학생으로 뽑혔다. 18세에서 28세 사이에 가능성이 돋보이는 전수생이었다는 뜻이다. 조순자 명인은 기자에게 김 씨를 두고 "똑똑한 친구"라고 했다.

가곡은 시를 관현악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다. 가곡은 여느 노래처럼 발성·발음·호흡이 중요하다. 차이는 호흡이 느리다는 점. 특히 소리를 곧게 내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시김새(장식음)가 있지만, 말 그대로 장식이다.

"복식 호흡, 단전을 이용해서 소리를 내는 점은 다른 노래와 같은데 흔드는 소리보다 곧은 소리를 많이 쓴다는 점이 달라요. 선생님은 항상 주객전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세요. 시김은 윗음으로 갈 때 좀 더 쉽게 갈 수 있도록 합니다. 도와주는 역할이지 주가 아닌 거죠."

가곡은 또한 느리다. 느림 속에 여유를 찾으려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속도 경쟁 사회라는 근간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김 씨는 '여유'와 '배려'가 가곡 매력이라 설명한다.

"빨리 걸으면 주변을 볼 수 없어요. 가곡을 들으면서 자신을 뒤돌아보고, 주변도 살필 수 있어요. 이 과정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자세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죠."

가곡 전수장학생 김참이 씨 공연 모습.

김 씨는 스승에게서 본받고 싶은 점이 한둘이 아니다. 그중 단 하나 얻고 싶은 능력을 꼽자면 '교육 철학'이다.

"예를 들어 제자에게서 스스로 배우는 점이 있다고 말씀하세요. 제자에게 질문도 많이 하시고, 자신의 이론을 제자들이 반박해주면 좋겠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사람에 따라 가르치는 방법도 달리하세요."

스승의 교육 철학을 닮고 싶은 김 씨는 가곡 지도자의 길도 희망한다. 올바른 가곡을 많은 이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스승이 되고 싶다는 설명이다.

김 씨는 가곡을 알리는 활동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현재 국악연주단 '정음' 단원으로 활동하면서, 대외적으로는 '가와'라는 이름으로 작은 모임을 하고 있다. 작곡, 가야금, 거문고 하는 이들을 포함해 4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전통에 현대적인 해석을 더하는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요. 가곡을 기반으로 현대적인 느낌을 섞어보거나, 민속학적 요소도 넣어보는 거죠. 노래는 말을 어떻게 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선생님도 항상 '시는 말의 뜻이고, 노래는 말을 길게 하는 것'이라며 노랫말을 잘 이해하고 청자가 알아듣게 노래해야 한다고 말씀하세요. 그런 점에서 가곡 발음법이 세종대왕 때 그대로인데요. 가와 활동을 하면서 가곡 발음을 현대에 맞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해보기도 해요."

전통을 이어가는 과정에서 '진화'를 고민하는 김 씨는 다음 단계인 이수자·전수 조교를 거쳐 문화재가 되는 순간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 천천히, 또 깊이 있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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