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가 지역 건설업자들을 토호·토착세력으로 임의 규정하고 그들과 일정한 거리감을 두려고 하는 시각은 원칙적으로 맞다. 건설업의 속성이 관공서와의 밀접한 유대관계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동물적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잘못 관계를 맺었다가는 부정과 비리에 빠져들어 공익을 해치기 쉬울뿐더러 일신의 명예까지 추락시키는 일이 흔치않게 일어난다. 홍 지사가 그 도리를 깨달아 그간 근무과정에서 얼마나 실천적 행동철학을 반영시켰는지는 알 수 없다. 도내 건설업계가 침범하기 어려운 지사의 그러한 소신에 대해 대놓고 불평 한마디 못한 채 눈치보기로 일관한다는 주변의 전언이 있고 보면 전혀 헛말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생각, 바른 구상이라도 그게 양방향이 아닌 일방통행성 전달체계로 자리 잡고 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취약성을 부를 수 있다. 진주의료원 폐업이나 학교 무상급식 중단 등 일련의 대형 정책사업들과 관련해 벌어진 계층 간·세대 간 갈등은 기억해야 할 본보기이다. 건설업자들과 거리를 둠으로써 선명성을 지키겠다는 의도는 성격을 달리하는 것이기는 하나 내 입장이 지선이요 내 선택이 최선이라는 주관적 선입견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왜 이런 가설을 전제하는가 하면 예나 지금이나 건설업의 호불황이 시중 경기를 주도하는 중요한 경제 수단이고 보면 무조건 배타적으로 접근해서 좋을 것이냐는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단체장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직접 나서서 건설경기 부양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보이거나 정책지원 등의 필요 조치를 강구해야 하는 상황에 설 수 있기도 하다. 혹시라도 먼지가 묻을까 봐 멀찍이 서서 팔짱을 끼고 있다 보면 핵심을 놓치고 실기하는 어리석음을 자초할 수 있다.

지역 건설업계가 답답함을 느끼는 것은 지사를 비롯한 관계 공무원들과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업무적으로 소통의 필요성을 절감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공간까지 밀폐되어 좋을 것은 없다. 실정을 알고 애로를 풀어주는 것도 단체장의 역할 중 하나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 그 또한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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