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자신의 잘못은 "모르는 일"…시인도 사과도 않는 건 무지서 비롯

최순실 때문에 이화여대 교수들의 감방행이 끝날 줄 모르고 있다. 성적을 조작한 교수, 합격을 강요한 입학처장, 규정을 고쳤던 학장들이 차례로 철창으로 들어갔다. 이제 부정입학을 끝까지 부인한 총장이 정유라 부정입학사건의 대미를 장식할 차례가 됐다. 이렇게 이화여대를, 교수들을 망쳐놓은 최순실에게서 자신의 딸 정유라가 잘못된 것을 언론 탓으로 돌리는 기상천외한 발언이 나왔다.

최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온 최 씨는 "얘(정유라 씨)가 상처를 받고 언론의 압박 때문에 완전히 잘못 나가서 걔 인생이 저렇게 됐다. 정말 억울하다"고 말한 것으로 한겨레신문은 보도했다.

최 씨는 이어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이나 노태강 전 체육국장 등에 대한 인사 압력도 가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노 전 국장 등은 박 대통령 지시로 정 씨가 준우승한 2013년 마사회컵 전국승마대회의 판정 시비를 조사했다가 박 대통령에게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혀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이에 대해 "이들 이름도 모르고 승마 담당인지도 모른다"고 답한 것으로 보도됐다.

묻는 것은 모조리 '모른다', '기억 안 난다' '그런 적 없다'고 부인하면서 딸의 인생이 '잘못 나가게 된 것'은 언론 탓이란다. 자신의 잘못은 기억에도 없고 모르는 일뿐인데, 자신 때문에 교수들은 줄줄이 철창행 풍경이 이어지는데 반성도 사과도 없다. 대신 딸의 잘못은 언론 때문이라고 억울해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무지도 죄다'는 말이 떠올랐다. 자신의 잘못은 시인도 사과도 않는 것은 뻔뻔함을 넘어 무지에 가깝다.

딸을 이화여대에 부정입학시킨 것도 모자라 학사 특혜를 불법으로 해낼 때의 당당함과 오만은 어디로 가고 이제 와서 언론 탓을 하는 것일까.

'자식의 잘못은 애비의 허물'이라고 했던가. 정유라의 잘못이 언론 때문인지, 잘난 부모 때문인지 정말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 자식을 망치는 부모의 세 가지 공통점이 부모의 과욕과 권력이나 돈, 무지라는 공식을 대입해보면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기 싫어하는 아이가 대학을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도 이화여대 같은 곳을 가겠다는 것은 무지한 부모의 탐욕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일반인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을 최순실은 대통령의 권력을 호가호위하여 가능하게 했다.

권력이면 불법도 합법화되고 부정도 정당화된다는 것을 무지한 어미가 딸에게 가르친 것은 아이를 망치는 행위다. 자식을 확실히 망치는 공식으로 "자식이 필요한 것을 제때 완벽하게 공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싼 말 몇 번 태우고 대충 받은 아시안 게임 단체 금메달, 그것도 실효성이 없는 것을 억지로 내밀어 이화여대에 들어갔으니 그 과정에서 불법을 합리화시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주요 보직교수들이 영혼 없이 놀아났겠는가.

그들이 죗값을 치르고 있다면 그렇게 만든 장본인도 당연히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 자식의 잘못은 언론의 잘못이 아니고 무지한 부모의 탐욕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갖고 이혼까지 벌써 경험한 것이 큰 잘못은 아니다. 오히려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오만함, 가난한 친구들을 향해 '돈도 능력이다'는 식의 물신주의가 더 큰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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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좌절의 경험과 갈등, 그것을 스스로 극복할 기회를 주지 않고 부모가 나서서 대학도, 학점관리도, 명마도 쉽게 구입해주는 너무 쉬운 인생 경험을 시킨 것은 인생의 독이다. 최순실 비슷하게 하면 어떤 자식도 쉽게 망칠 수 있다는 것은 한화·SK·한진그룹 등 재벌 2, 3세들에서 쉽게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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