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일주일 전 택배기사 동행기…하루 최대 15시간 근무 배달 물품은 300여 개 "좀 늦어도 배려해주길"

"밥 먹을 시간은 고사하고 24시간 배달만 해도 하루가 모자랄 지경입니다." 명절이 가까워지면 택배기사들의 하루는 눈코 뜰 새가 없다.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지난 20일, 로젠택배 마산점 김종덕(48) 소장과 동행하며 택배기사들의 하루를 살폈다.

로젠택배 마산점 택배물 상·하차장에는 오전 7시가 조금 넘은 시간부터 11t 트럭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이날 상·하차 물류만 5대 차량이 들어왔다. 한 차당 1600개에서 1700개, 하루 들어오는 택배물품만 8000여 개다.

◇점심 먹을 시간도 없어 = 김 소장은 7시 30분부터 집하장에서 구역별 택배물을 자신의 택배차량에 옮겼다. 김 소장의 구역(양덕동 일대)은 빌딩, 아파트, 자영업자들이 중심이다. 배달 물건을 일일이 골라내 운송장을 출고시스템에 입력한다. 물건 정리에만 약 5시간이 소요된다. 이날 배달해야 할 물품은 300여 개. 배달이 시작된 시간은 11시 30분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차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사과를 싸 온 도시락이었다. 김 소장은 "평소에도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 가장 한가한 월요일 정도에나 점심을 먹지 그 외에는 이렇게 간단히 끼니를 해결해야 배달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끼니도 걸러가며 1차 배달을 마친 시간은 오후 4시, 지점에 들러 다시 배달할 물건을 싣고 페달을 밟았다.

로젠택배 마산점 김종덕 소장이 지난 20일 배달물건을 싣고 이동하며 사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박종완 기자

◇근무시간 많아도 벌이는 한계 = 김 소장은 그나마 근무시간이 많지만 배달물이 많아 수익이 괜찮은 편이다. 차량유지비, 기름값, 운송지값, 유니폼, 세금 등 다 떼도 한 달에 300만 원 정도는 번다. 배달 외에도 거래처 물건을 배송하는 일도 겸하기 때문이다.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적게는 12시간, 많게는 15시간 이상을 근무하는 그에게 300만 원은 만족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무엇보다 김 소장은 택배업계에 상도덕이 사라지는 모습에 안타까운 모습을 보인다. 그는 "택배업계의 최소 수수료가 2500원으로 책정돼 있는데 일부 대기업 택배회사는 2200원, 1800원까지 금액을 낮춘다. 배송기사들끼리는 아는 사이다 보니 형 동생 하는데 각 지점 영업부에서 단가를 낮추다보니 생계에 영향을 미친다. 이 점이 택배업을 하는 우리에겐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명절 너무 힘들어 = 15년째 배달기사로 일하는 김 소장은 명절이 가장 싫다고 한다. 정확히는 24시간 배달만 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것이다. 시간이 멈췄으면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나마 올해 설은 체감상 물량이 조금 준 듯하다.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법) 효과다. 예년에는 한우세트, 굴비세트 등 고급 포장지로 오는 물품은 물론 물량 자체가 많았는데 근래에는 고급 포장지도, 물품도 20% 정도는 준 듯한 느낌이다. 김영란법 시행 후 에피소드도 생겼다.

"은행 지점장이 고생하는 직원들에게 한우세트를 보냈는데 반송된 적이 있어요. 김영란법 때문에 몸조심하다보니 그런 일이 발생한 건데 반품된 물건을 들고 은행에 갔더니 참 기분이 묘하겠더라고요."

명절 때면 퇴근 시간도 다음 날로 이어질 때가 많다. 보통 오후 8시 내외에 마치지만 명절을 앞두고는 집에 도착하면 밤12시가 넘는다. 이날은 새벽 1시가 넘어 집에 도착했다. 제대로 된 식사를 못할 때도 적지 않다. 김 소장은 이날도 10시가 넘어 저녁끼니를 해결했다.

김 소장은 “시간이 조금 늦어지더라도 고객들이 조금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생물은 당일 배송이 원칙이지만 일반 물품은 지점에 도착한 뒤 48시간 내에 배달하면 되기에 조금만 배려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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