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씨가 경험한 권력기관 민낯
증거 등 있으면 밝혀진다고 생각, 담당 검사 바뀌면서 무혐의 둔갑…김모 씨 양심선언에도 불기소

강현우 씨는 지난 8년간 우리 사회 권력기관 민낯도 경험했다. 그 속에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우선 경찰이다. 경찰 또한 사건 과정에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LG전자로부터 수사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는 LG전자 내부 문건, 김모 씨 양심선언 내용이 뒷받침하고 있다. 경남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셀프 내사'를 진행했지만 드러난 것 없이 흐지부지됐다.

"그럼에도 정의로운 경찰관도 많았습니다. 당시 모 순경은 한번 무혐의 된 것을 다시 수사하다 조직 내에서 곤경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사건을 꼼꼼히 살펴보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덕에 2012년 관련 내용 일부 기소까지 이뤄졌고요. 2014년에도 두 경찰관이 또 다른 건 재수사에 앞장섰습니다. 그 가운데 한 경찰관은 감사까지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압니다."

다음으로 언론이다. 강 씨는 지금까지 수많은 언론에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고 한다.

"한 방송사가 긴 시간 이 사건을 취재했습니다. 방송 예정일 오후에 찾아갔더니 LG전자 관계자들이 와 있더군요. 그들이 저를 보면서 웃는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방송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언론에서는 꿋꿋하게 이 내용을 다뤘습니다."

강 씨는 애초와 달리 지금은 LG전자보다 검찰에 더 분노하고 있다고 한다. 싸움의 또 다른 대상이기도 하다.

"증거·증인·진술이 있으면 밝혀진다고 생각했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공소권 가진 검찰 문턱을 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줄 몰랐습니다. 어느 사건은 담당 검사가 기소한다고 자신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 담당 검사가 바뀌면서 모든 게 무혐의로 둔갑했습니다. 또한 (양심선언을 한) 김모 씨가 스스로 죄를 인정하고 처벌받겠다고 하는데, 오히려 검찰이 이를 외면하기도 합니다. 불기소 처분 내용을 보면 초등학생이 봐도 의아스러운 부분이 있습니다. 검찰이 언어의 마술사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강 씨는 이번 일을 겪으면서 사람을 못 믿게 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희망의 원동력 또한 사람이었다고 한다.

"정신적·경제적으로 힘들 때 믿고 도와준 분들이 최소 열 분은 됩니다. 이 정도면 인생 잘 살아온 것 아닙니까? 형님 같은 김 사장님, 그리고 박 사장님 은혜를 잊을 수 없습니다. 저 때문에 검찰에 수없이 불려 다닌 이상록 사장, 그리고 말없이 손 내밀어준 친구 지광태·김영섭·김태우…. 살아가면서 갚아나갈 겁니다. 일 터졌을 때 초등학생이던 딸 둘은 대학에서 법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모든 이에게 평등한 법조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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