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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와 8년 간의 싸움 "진실은 드러난다"

[우리가 주인이다]부조리에 맞서다 (4)대기업 상대 8년간 싸워온 강현우 씨
LG전자 조직적 '청부 고발' 협력업체 사장 강 씨 직격탄, 강 씨 맞고소 등 대응
가담자 '양심선언'에 반전 "믿어준 사람들 덕에 버텨…사측 잘못 낱낱이 밝히겠다"

남석형 기자 nam@idomin.com 2017년 01월 23일 월요일

정상에서 원치 않게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을까…. 초등학생 딸들이 어른 될 때까지는 버틸 수 있을까…. 그렇게 이어진 시간이 어느덧 8년이다.

그의 삶은 2008년 전과 후로 나뉜다. 이전까지 파출소 한 번 가본 적 없었다. 그런데 법원·검찰청·경찰서·공정위를 제집처럼 드나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느꼈다. 경제권력의 위력을, 그리고 법이 모두에게 평등하지는 않다는 걸 말이다.

강현우(48) 씨는 LG전자를 상대로 8년 넘게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이른바 'LG전자 협력업체 청부 고소·고발 사건' 피해 당사자다.

강현우 씨는 LG전자 창원사업장 1차 협력업체를 운영했다. 업계에서 우량기업 소리를 제법 들었다. 2008년 또 다른 협력업체 인수에 나섰다. 기나긴 싸움의 발단이었다.

강현우 씨가 LG전자의 '청부 고발'과 관련해 자료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idomin.com

"LG전자에서도 건실한 기업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습니다. LG전자와 협의하며 협력업체를 하나 더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100억 원 가까이 투자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LG전자에서 물량을 끊어버리는 겁니다. LG전자 주력 협력업체에는 '엘지패밀리'가 있습니다. 자기들 밥그릇이 아주 공고합니다. 그런데 제가 돈 되는 물량을 늘려나가니, 더 크기 전에 싹을 잘라야 했던 거죠."

강 씨는 물품 대위변제·체불임금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공정위에 제소도 했다. 동시에 강 씨는 자신의 직원과 또 다른 협력업체 사장 등으로부터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을 당한다. 이른바 '청부 고소·고발'이 시작된 것이다. 실제 LG전자 내부 문건에는 '공정위 신고가 최소화되도록 횡령 및 배임 혐의 압박 가속화 진행', '사회적 파렴치한 행위를 한 사람에게 처벌을 내리고, 금전적 지원할 수 없는 명분을 확보'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배경은 '강 씨와 합의를 추진하면 타 협력사에 부정적인 사례가 전파돼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해진다'와 같은 내용에서 짐작할 수 있다.

"억울함·분노·자괴감으로 몸이 무너졌습니다. 화병이라는 게 실제로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우울증으로 약도 먹기 시작했고요. 2009년 초부터는 하반신 마비가 왔습니다. 1년 넘게 제대로 걷지를 못했어요. 경제적으로 힘든 부분도 당연했고요."

스스로 강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하루 열두 번 더 들었다고 한다. 그 마음을 잡아준 건 역시 주변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친한 형님이 있습니다. 그분이 '동생이 거짓말하는 것이라면 벌써 어떻게 됐을 것이다. 내가 도와주겠다. 그러니 부끄럽게 주저앉지 마라'고 하더군요. 제 큰딸은 '뭘 하든지 아빠를 믿는다'고 했습니다. 집사람도 일절 물어보지 않고 묵묵히 지켜봐줬습니다. 저를 믿어주는 사람들 덕에 버틸 힘이 솟았습니다."

강 씨는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관련자들을 상대로 무고·사기·사문서위조·특수절도·업무상배임횡령 등으로 고소했다. 스스로 자료를 모으고 진술을 받아 검찰·경찰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다. 그러던 2014년 8월, 큰 상황 변화가 있었다. 강 씨에 대한 '청부 고소·고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김모(48) 씨가 이른바 '양심선언'을 했다. 김 씨는 '이 모든 건 LG전자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폭로했다.

"솔직히 저도 그 내용을 반신반의했습니다. LG전자가 진짜 그렇게까지 했을까 하는 의문이었죠. 그런데 녹취록·내부 문건·증거자료를 보니, 수많은 사람이 등장해 서류를 조작하고 돈을 주고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김 씨가 LG전자 간부와 나눈 녹취록 내용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 씨가 "그 당시 (LG전자) ○○실장도 알고 있었던 부분이고, (소송비용 등) 5000만 원 집행은 사실 그 당시 ○○실장이 다 오케이해서 준 겁니다"라고 하자, LG전자 간부는 "그런 사항이라고 알기 때문에 내가 뭐, 막말로 이야기해서 버티고 있는 거지, 나도 나중에 다칠지 안 다칠지 모르겠는데, 내가 버틸 수 있는 이유가 뭐겠노"고 답하는 내용 등이다.

김 씨 양심선언으로 견고했던 꺼풀도 벗겨지기 시작했다. 2016년 2월 법원은 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LG전자 ㄱ 전 부장에게 "배임액 일부가 강 씨 고소·소송 비용으로 사용되는 등 협력업체 죽이기에 가담한 정황이 엿보인다"며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ㄱ 전 부장이 김 씨에게 사기를 당해 원래 줘야 할 돈보다 더 지급했다"는 주장을 하며 의혹 일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문건 내용, 녹취록 등에 대해서는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강 씨는 여전히 법적으로 챙겨야 할 부분이 남아 있다. LG전자 ㄱ 전 부장이 사기미수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기 때문이다. 강 씨는 이 싸움의 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밝히고 싶은 건 'ㄱ 전 부장 단독으로 이러한 일을 진행했다'가 아닙니다. 'LG전자가 ㄱ 전 부장을 시켜서 했다'입니다. 그것을 밝혀야 마무리되는 거죠. 진실은 좀 더딜지라도 결국에는 드러난다고 믿고, 또 그렇게 만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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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부 기자입니다. 부동산·금융·건축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제보뿐만 아니라, 주변 따듯한 이야기도 늘 환영입니다. 휴대전화 010-3597-15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