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으로]트랙터값 부풀려 보조금 빼먹어
지자체 장비구입비 지원 사업 악용한 사기·보조금 위반 혐의

'나랏돈은 눈먼 돈'. 정부·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빼먹은 사건이 터질 때 자주 붙는 말이다.

보조금 사업마다 횡령이나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는다. 최근에는 농기계값을 부풀려 신고해 보조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농조합법인 대표들이 처벌을 받았다.

창원지방법원 형사2단독(박정훈 부장판사)은 사기·보조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영농조합법인 대표 ㄱ(70) 씨 등 4명에게 지난 18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농기계 판매업자 ㄴ(60)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영농법인 4곳에도 각각 300만 원, 400만 원 벌금형을 내렸다.

사건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ㄱ 씨는 농기계 판매업자 ㄴ씨로부터 조사료 장비 지원 사업 이야기를 듣고 지난 2009년 법인을 만들었다.

ㄱ 씨는 김해시 보조사업자로 뽑힌 지난 2011년 ㄴ 씨로부터 트랙터 등 장비 2대를 1억 5000만 원에 사들여 7500만 원 보조금을 받았다. 출자금 1억 원 이상, 5인 이상 조합원, 조합원들 1년 이상 조사료 사업 수행 실적이 있는 영농법인이 보조사업자 신청을 할 수 있는데 그 조건을 맞추려고 ㄴ 씨 돈 1억 원을 조합원들이 출자한 것처럼 꾸민 게 문제였다.

장비 매매대금을 부풀려 보조금을 빼먹는 수법도 있었다. 다른 영농법인 대표 ㄷ(52) 씨는 지난 2012년 ㄴ 씨로부터 트랙터 등 3대를 1억 8430만 원에 샀는데도 1800만 원을 부풀려 신고해 보조금 1억 원을 받았다.

업자는 농기계 팔고, 영농법인은 보조금 빼먹으며 손발을 맞춘 이번 사건에 엮인 김해지역 영농법인 4곳이 지난 2011년부터 5년 동안 받아 챙긴 보조금 규모는 3억 2900여만 원. 재판부는 집행유예 선고 이유에 대해 "피고인들이 국고보조금을 모두 공탁했고 나머지 보조금도 김해시의 행정절차에 따라 반납할 예정으로 보이는 점, 보조금이 지급된 사업을 실제로 추진한 점" 등을 들었다.

'조사료 경영체 장비 지원사업'은 지난 2008년부터 목초·건초 등 섬유질 함량이 높은 조사료 생산 기계화로 생산비를 줄이고자 시행됐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영농조합법인 등을 보조사업자로 선정해 장비구입비를 지원하고 있다.

보조금 규모는 50%에서 지난 2015년부터 40%(국비 10%, 도비 9%, 시·군비 21%)로 조정됐다. 지난해 도내 70곳에 36억 8400만 원이 지원됐는데 조사료 장비지원 사업 시장규모는 90여억 원(자부담·융자지원 포함)에 달한다. 김해시 조사료 장비 지원 사업은 지난해 1건도 없었다. 이 사건이 터지자 신청 영농법인 3곳 모두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